“문의전화만 하루에 100통이 넘습니다. 윤달 기간 내에는 예약도 꽉 찼고요. 화장 예약은 공정을 기하기 위해 인터넷으로만 접수합니다.”

청주시 흥덕구에 거주하는 이 모(66) 씨는 손을 타지 않아 분묘 이장이나 이사에 적합하다는 윤달이 오자 모친의 유골을 화장하기 위해 최근 목련공원을 찾았다.

그러나 민원실에서 화장 예약을 하려고 했던 이 씨는 인터넷으로 해야 한다는 소리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고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는 이 씨는 아들에게 부탁해 접수시킨 후에야 모친의 유골을 화장할 수 있었다.

3년 만의 윤달을 맞아 화장장·납골당 등을 갖춘 장례시설인 충북 청주시 목련공원(상당구 목련로 731)에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하는 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현재 화장로 8기를 갖추고 있는 목련공원은 평소에는 예비기와 비상기로 각각 1기씩을 비워뒀으나 지금은 예비기도 가동 중이다. 화장 횟수도 1기 당 4번에서 6번으로 늘렸다.

화장 처리건수도 윤달 전엔 하루 18건 정도였으나 지금은 42건 정도로 대폭 증가했다.

예약 역시 일반시신·개장유골 할 것 없이 윤달의 마지막 날인 오는 20일까지는 전부 차있고 21일과 22일에는 50∼60% 정도 돼 있지만 23일부터는 거의 비어있는 상태다.

윤달 때만 아니라 전국 화장시설 예약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으로 단일화됐다. 종전에는 전화·인터넷·팩스로 화장시설 이용 예약을 했으나 야간에는 예약에 차질이 빚어지고 화장시설 간 중복 예약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

특히 화장 예약대행업체가 중복·허수 예약으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유족들이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거나 멀리 떨어진 화장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목련공원 우재동 팀장은 “보건복지부의 ‘e 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www.ehaneul.go.kr)’을 통해서만 예약·변경할 수 있고 가까운 화장장과 예약 현황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며 “예전에는 장례업계 사람들이 미리 예약했다가 돈을 받으면 내주거나 하는 사례가 많았고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곤 했지만 인터넷 예약 시스템은 그런 부정을 막을 수 있으며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e하늘 시스템으로는 유족이 사망자 정보와 연고자 인적사항 입력 뒤 실명을 인증 받고 화장시설과 화장시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예약확인 내역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로하신 분들에게서 인터넷 예약을 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종종 듣긴 했다. 하지만 개장유골 화장 등 장례는 거의 대부분 업자에게 의뢰해서 하기 때문에 얘기하면 그 사람들이 접수도 해 준다”며 “개인이 할 경우에도 요즘은 자식들이 대부분 컴퓨터를 다룰 줄 알기 때문에 업자나 자식들에게 부탁하는 쪽으로 인터넷 접수를 계속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씨의 경우처럼 이런 사정을 모르고 화장장을 찾았다가 헛걸음하는 노인들이 여전히 눈에 띄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로한 민원인에 대한 행정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씨는 “나 뿐만 아니라 주위에도 (목련공원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자식에게 부탁하라고 하는데 자식은커녕 이웃도 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바쁜 것도 알고 공정하게 처리하려 한다는 것도 알겠지만 조금만 배려해주면 그 자리에서 예약해줄 수도 있지 않나. 목련공원이 시내에서 가까운 곳도 아니고, 노인들을 그 먼 거리까지 헛걸음하게 하는 게 말이 되나. 자기 부모라면 그렇게 하겠나”라며 조금 더 유연한 대민서비스를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우 팀장은 “윤달 전에는 간혹 나이 많은 분이 전화나 방문으로 예약하러 오시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종종 편의를 봐드리곤 했지만 20일까지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고 있다”며 “윤달이 지나면 컴퓨터를 모르는 연로하신 분들의 예약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자체적으로 도움을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