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북 지역에서는 행정구역통합이 대세이다. 청주·청원 통합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다음달이면 주민투표에 의해 결판이 날 것이다. 이번이 4번째 시도다. 하지만 농번기에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투표율이 관건이다. 33.3%란 ‘마의 벽’을 넘어야 된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괴산과 증평, 음성과 진천도 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증평과 진천은 통합에 반대를, 음성과 괴산은 찬성하는 분위기다. 지금 충북 중부4군은 자치단체장들이 마치 '영토전쟁'이라도 하듯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연 행정구역 통합만이 능사일까. 앞서 통합을 한 창원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근을 미끼(?)로 서둘러 통합했지만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남선녀가 잘 될 줄 알고 결혼을 했더라도, 같이 지내는 게 힘들면 헤어질 수도 있다."

2010년 7월 1일자로 마산, 창원, 진해가 행정구역을 합쳐 탄생한 통합창원시를 두고 창원시의회 배종천 의원이 한 말이다.

"선남선녀가 부모님의 강압적인 권유로 결혼하여 어떻게든 마음 맞춰 살아보려고 1년을 노력했지만, 도저히 같이 사는 게 힘들면 부모의 뜻을 거역하더라도 헤어지는 것이 옳다."

지금 통합창원시의 분위기다. 통합 1년이 지났지만 통합시청 청사 문제를 놓고 지역 간에 대립하고 있다. 창원과 마산시의원들은 요즘 의회만 열리면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마산, 창원, 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된 것은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따라서 만약 앞으로도 옛 3개 시가 지역별로 나뉘어져서 갈등과 분열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통합 1년이 막 지난 이 시점에서 정말 진지하게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대부분의 창원지역 시의원들이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에 찬성하고 있다. 앞서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은 진해시 분리를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실제로 창원지역 의원들과 진해지역 의원들이 뜻을 합치면 통합시 분리 촉구 결의안 의회 통과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외국의 지차체는 어떨까. 이웃 일본은 행정구역 개편을 4번에 걸쳐 했지만 자치단체가 1700개이다. 평균 인구는 3만~5만명이다. 한국 시·군·구 228개로 일본이 7배나 많다. 프랑스도 기초단체인 코뮨이 3600개나 된다. 이 중 주민 5만명 이상이 112개이다. 100명 미만인 지차체도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도 평균 20만~23만명이다. 행정구역이 커지면 그만큼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주민투표 전 시청·구청사 위치 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 전국 50여 곳에서 행정구역 통합이 벌어지고 있다. 불필요한 행정 낭비를 줄이겠다는 게 근본 취지다. 각종 당근을 내세우지만 통합이 성사된 지역의 약속 이행 실태를 보면 한심하다.

지금 청주·청원 통합도 구청사 위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통합이 되더라도 창원시처럼 구청사 문제를 놓고 싸움질을 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시청·구청 청사 위치 문제도 주민투표 전에 언급돼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청주시와 청원군은 일단 통합만 해놓고 보자는 식이다. 통합 주도 세력도 민 보다는 관 주도 양상을 띠고 있다. 통합하기도 어렵지만 분리하기는 더 어렵다. 통합을 해 놓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지금과 같은 밀어붙이기 식 통합은 문제가 있다.

문제는 행정구역 통합으로 지역 간 또는 지역 내에서의 소모적 논란과 갈등이 한층 증폭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논란이나 갈등이 자칫 이해관계를 둘러싼 주민들 간의 대립으로 비화돼 행정구역 통합이 갖는 본래의 의미나 대의가 손상될까 두렵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뉴타운에 열광했던 것처럼 지금은 통합만이 만능인 것처럼 행안부에서 열을 올린다. 과연 통합만이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혹세무민에 속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