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민구 전 합참의장

지난 10·26일 퇴임한 한민구 전 합참의장(60)의 내년 4월 총선 출마 여부가 지역 정가의 핫이슈다. 그는 한 때 내년 총선 출마를 놓고 고심한 게 사실이다. 그는 청와대 정무라인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 등으로부터 내년 총선 출마를 권유 받았다.

하지만 그는 4성 장군 군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함참의장을 지낸 사람으로, 군 명예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정우택 전 충북지사 입장에서는 한 전 합참의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경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  것이다. 정 전 지사 입장에서는 '드림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 전 의장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지사는 "정치란 자의반타의반 입문하는 것이다. 여건이 주어지면 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전 의장은 불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사실 한 전 의장이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한 경우 예측 불허의 접전이 예상된다.

그는 청원군에서 유권자가 두 번째로 많은 '별들의 고향' 내수읍 출신이다.

별들의 고향은 민기식 4성 장군에 이어 한 전 합참의장. 이호연 해병대 사령관을 배출한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 전 의장은 내수초와 내수중을 졸업했다. 배후에 의병대장 한봉수 손자라는 후광도 만만치 않다. 나아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등 군의 최고 지위까지 올랐다. 친화력에다 언변이 좋아 정치인으로도 손색 없는 인물이다. 군에선 용장보다 덕장으로 통한다.

지금까지는 내년 총선에 불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청원에 출마할 경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고향인 내수읍의 선거 구도도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수 1만6천여명으로, 오창읍 2만9천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 의장의 정치적 기반은 사실상 탄탄하다.

지역 정가에서는 한 의장을 내년 4월 총선 청원지역구에서 변재일 국회의원(민주당)에 대적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고 있다. 그가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병일 서원학원 이사장, 이승훈 전 충부도 부지사, 오성균 한나라당 청원당협위원장, 등 3명 중 가장 경쟁력 있다는 여론이다.

한편 한 전 의장은 청원군 내수읍 세교리 출신이다. 내수초(44회), 내수중(12회), 청주고(43회), 육사(31기)를 거쳐 53사단장 ,국방부 정책기획관,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등을 지냈다.

지난 주말 낮 12시 서울 여의도 한식당에서 한 전 합참의장을 만났다. 식사를 하면서 정계 진출 여부, 그동안의 소회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26일자로 합참의장을 끝으로 전역했다. 40년 동안 군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사회로 나왔는데 어떤가.

군인으로 살 수 있게 이끌어 준 국가와 군대에 감사하다. 앞으로 군 명예와 사기진작을 위해 힘쓰겠다. 불가에서 어느 스님이 한 말 중 '월락불이천'이란 말이 있듯, 몸은 떠났지만 마음만은 항상 군과 함께 할 것이다. 현역일 때는 말 한 마디에 군인 20~30명이 움직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군 고위직에 있을 때도 혼자 적응하는 훈련을 해서 그런지 견딜만 하다. 특히 군의 선배와 동료, 후배, 친지, 친구, 그동안 성원해 준 고향 여러분에게도 감사하다.

△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980년도 중대장 시절 창설 중대를 만든 일이다. 중대를 만들고 나서 결속력이 뛰어난 최고의 중대로 만들었다. 합참의장 시절엔 세계가 주시한 '아덴만 여명작전'을 각 군의 통합된 노력으로 성공시켰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나.

내년 총선 출마를 놓고 한 때 고심한 게 사실이다. 지금은 고심 끝이다. 4성 장군에 군 최고 자리인 합참의장을 지내서 그런지 특히 군 동지들이 극구 만류한다. 군 명예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나아가 정치를 하려면 조직과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정치를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비전과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퇴임 후 할 일이 없어 정치나 하자는 발상은 정치인을 모독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름 전 청주시 모 식당에서 가진 청주고 동기 모임에서도 정계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출마를 제의했다는 설이 있는데.

청와대 정무라인과 한나라당 관계자로부터 출마 제의를 받았지만 여건 상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군인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군인 출신으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