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12.12 정오 12시를 기억하시나요? 이 날은 하나님께서 짝 지어 준 '둘이 하나 되는 날'이였습니다. 그 후 29년. 2011. 6.30 새벽 5시, 그대가 이 땅에서 삶을 마감하고 잠든 날입니다.

30년 동안 당신을 향한 나의 숱한 편지를 기억합니다. Love Letter가 아닌 나의 잘못과 무지를 반성하고 고백하는 편지였지요. 아버지학교에서 남편학교에서 교육받지도 못한채 서둘러 아버지가 되고 남편이 되었지만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고 상대의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리지 못한 자아의 감옥 속에서 헤메이던 시간임을 고백합니다.

내 생각은 항상 옳았고, 당신 생각은 항상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성장한 30년을 생각하지 못했고 그대가 자라난 환경과 교육은 외면하여 있는 그대로를 받아드리지 못하고 내 고집대로 내 생각대로 하는 것이 항상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지난 날이였습니다.

이 반복된 잘못을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고 반성하면서 당신에게 수없이 많은 편지를 쓰지 않았습니까? 이런 엄청난 시행착오와 잘못을 반복하면서 이제 겨우 조금이라도 당신을 알 수 있을 즈음에 당신은 중병에 들어서 사랑한번 받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다니면서 고생하지 않았습니까?

장애우와 노인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꿈을 펴 보지도 못하고 자신이 장애인이 될 줄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지요.

사람은 참 妙한 동물이라 자기가 경험하지 못하면 결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罪性을 가지고 있어 육과 마음이 불편하고 힘든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마음으로 합하지 못함을 죄송하고 회한이 가득한 미안할 따름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인 '네 몸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단지 이론으로 밖에 존재하지 못했습니다. 고통과 아픔, 고난과 역경의 5년의 병고 속에서도 절대자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말씀의 약속을 그대는 굳게 믿었지요. 병중에 위로하기 위해 찾아오신 분들에게 그 분보다 항상 더 밝고 환하게 미소로 맞이한 영적으로 충만한 생활을 하여서 모두에게 아름다운 믿음의 본을 보여 주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괴테가 말한 '색체는 빛의 고통이다'란 말을 직접 당신의 병고에서 절절히 보여 준 아름다운 승화를 보았습니다. 빛에 고통이 있다면 어둠이라고 생각했으나, 빛의 고통은 오히려 아름다움이였음을 투병 5년의 시간을 통해 모두에게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디.

그대가 잠든 기간 중에서 저의 가장 큰 고통 중의 하나가 '대화의 단절' 이였습니다. 오늘 당신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가장 일상적이고 단순한 대화입니다. 다녀 오세요! 다녀 오셨습니까? 밥 먹으세요! 이런 대화가 가장 그립습니다.

"의미가 있는 대화가 좋고, 의미가 없는 대화도 좋고, 심도 있고 깊은 대화도 좋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대화도 좋고, 오랫동안 앉아서 하는 대화도 좋고, 잠깐 스쳐가는 대화도 좋고, 다른 사람과 하는 대화도 좋고, 가끔은 혼자 자신과 하는 대화도 좋다."  지상철의 ‘특별하지 않은 너를 위해’ 중에서  이 대화의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오늘도 아무 말도 못하지만, 나는 오늘도 당신이 하고 있는 無言의 말을 듣고 있습니다. 오늘만 아니라 내가 죽을 때까지 당신의 말을 끊임없이 내 귓가에 마음에 울릴 것입니다. 

참으로 당신은 나의 스승이였습니다. 생전에 그토록 바라던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의 날에 휠체어를 탄 당신이 아닌 두 다리로 당당히 선 당신을 뜨겁게 포옹하고 싶다오.

그 날까지 편한 잠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