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대추축제가 한창 열리던 지난 10월 18일 보은에서 한 축산인이 머리에 심한 상처를 쓰러졌다.

동료들에 의해 발견된 이 사람은 곧바로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고, 상태가 악화돼 서울의 유명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나흘 뒤인 22일 오전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한 A(53)씨는 보은에서 한우 30여 마리를 키우던 축산인이었다. A씨는 축산인 모임에 참석했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A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달 18일에는 보은대추축제 기간(14일부터 24일)이었고, 보은 뱃들공원 한 곳에서는 전국 소싸움대회가 열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저녁 8시께 모임에 참석했던 B(53)씨와 소싸움 개최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식당 밖으로 나간 지 10여 분만에 피를 흘린 채 발견됐다.

사건직후 유족들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폭행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회원 대부분이 경찰에서 A씨가 신발 끈을 묶다가 갑자기 쓰러져 변을 당했다고 주장을 했지만, 유족들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정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에서 밝힌 회원들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A씨와 B씨는 이날 소싸움 대회와 회원간 민사사건 때문에 심하게 언쟁을 벌였고, 급기야 B씨가 술잔을 던진 뒤 탁자에 올라가 A씨의 뺨을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가서 얘기하라!"는 회원들의 말에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간 뒤 10여 분이 지나 식당 밖에서 쓰러져 있던 A씨가 발견됐다.

A씨는 CT촬영 결과 머리 뒤쪽 부위에 Y자 형태와 한 일(一)자 모양의 상처가 발견됐고, 머리 안쪽에 피가 고여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수사결과, A씨와 B씨는 친구 관계로 소싸움 대회 개최를 놓고 의견 대립을 해왔고, 평소 다른 정당의 당직을 각기 맡아 정치적인 대립 관계를 유지해 왔다.

유족들은 신발 끈을 매다 넘어졌는데 어떻게 머리 뒤쪽에 상처가 날 수 있고, 당시 상황과 상처부위에 대해 병원측도 의문점을 갖고 있다는 점, 술자리 도중 몸싸움이 있었던 점등을 들어 폭행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보은경찰서는 당시 모임 참석자들과 주변 인물들을 불러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기가 어려워 지난 달 24일 부검을 실시했다. 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지만 유일한 목격자인 B씨가 사건 당사자여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참고인 진술과 증거확보에 수사력을 모아온 경찰은 국과수 부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국과수의 부검 결과는 통상 20여 일 정도 걸리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결과는 부검 30일 지나서도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보은경찰서는 부검결과와 충북지방청의 협조를 받아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은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사건을 빨리 종료하는 것 보다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정확히 진실을 규명하는데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