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드라마 속 안재욱과 전광렬이 손을 잡은 모습이다.

4월 2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 44회에서는 강기태(안재욱 분)와 손을 잡는 장철환(전광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장철환은 강기태에게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이다. 그런 말도 있다.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거라고. 다시 한 번 제안하겠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며 언론인인 로레타 나폴레오니가 쓴 ‘적과의 동침’이란 책도 연상된다. 이 책에서 악당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공산주의 해체 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성매매, 값 싼 임금으로 착취 당하는 제3세계 아동, 중국의 짝퉁 산업 등을 일으켰다.

심지어 이를 감시해야 할 정치 세력이 오히려 그들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 본문에는 이를 증명하는 사례들이 때로는 충격적으로, 때로는 의미심장하게 전해지고 있다.

4월 27일 제19대 총선 충북지역 당선자 초청 정책간담회가 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예상을 깨고 참석자들 모두는 "여야를 따지지 말고 힘을 합쳐 충북발전을 이루자"고 약속했다.

특히 경쟁 관계였던 새누리당 정우택 전 충북지사와 윤진식 국회의원은 물론 같은 당 당선자들이 이시종 지사를 돕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며 서로 구원투수를 자청했다.

이 지사는 분명 민주통합당 소속이다. 더군다나 정 당선자와 윤 의원과는 '정치적 원수'처럼 한때 서먹서먹한 관계였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민주당 당선자보다도 더 친근한 사이였다. 마치 오랜 동지를 만나 회포를 푸는 모습과도 같았다. 주변을 의식한 탓일수도 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정우택과 이시종의 앞날에 대한 관계 설정을 놓고 지나칠 정도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날 이들이 보인 모습에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입증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세계의 불문율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정치판에서는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로 귀결된다. 그렇다. 정우택과 이시종은 분명 적도 아니고 특히 동지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살기 위해서는 적보다는 동지이기를 서로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있다.  현재 소속된 정당에 뿌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지지기반이 허약하다는 것이다. 차차기 충청권 잠룡 중 하나로 불리는 정우택은 누구보다도 이시종을 정치적 파트너로 택해 손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두 사람은 분명 서로 살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할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