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예총이 창립 이래 최대 내분을 겪을 뻔 했지만 최악의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소집한 충북예총은 최근 문화예술진흥기금의 배분율과 사업선정방식 등을 놓고 충북문화재단과 갈등을 빚다 사퇴한 문상욱 회장 재추대에 합의했다.

충북예총 상임이사회는 "지난 16일 문 회장이 '충북도민 및 충북예술인에게 드리는 글'로 기자회견을 열어 과도한 사과를 한 듯한 모습은 예총 회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지만 수장의 사퇴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오는 상황임을 확인하고 재추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을 도모했으나 재단은 이 사안이 충북예총과 민예총의 기금 나눠 먹기 식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된 양 호도했다"며 "예술인을 위해 창립된 문화재단이 예술인 위에 군림하는 처사에 강력히 대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충북예총 탈회 등 강경 대응 움직임을 보였던 연극협회도 22일 오후 가진 임시 총회에서 특별한 결론을 내지 못 한 채 자리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극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재단 강형기 대표 사퇴를 요구했지, 문 회장 사퇴를 요구한 건 아니지 않나. 앞서 이사회에서 문 회장을 재추대했고 오늘(22일) 임시 총회에서도 결론은 안 났지만 충북예총의 입장을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대로라면 전국연극제 불참이라는, 연극사상 최대 '사건' 도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상황이 정리되는 듯 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충북예총의 위상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다.

문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고민 끝에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도 결심했겠지만 그 과정에서 예술인들의 자존심에 흠집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다.

충북예총이 궐기대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등 행동에 나선 것을 재단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는 모르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이들은 재단과 충북도가 많이 놀랐을 것이라며 개선의 여지가 있어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외부에서는 아직도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앞으로 재단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 지도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일단 현재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충북예총은 기존 현안 외에 예술인들의 자존심 회복, 예총의 위상 재정립 등 추가 과제를 떠안게 됐다.

모쪼록 지역 예술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앞으로 보다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