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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의 굴욕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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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22  10: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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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사퇴한 문상욱 예총회장이 재추대키로 결정됐다. 긴급 상임이사회의 전원일치 결정이다. 문회장이 사퇴를 결정했던 며칠 동안 충북예총은 토네이도 수준의 회오리에 싸여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충북문화재단 편향심사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규탄결의대회와 1인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지역협력형 공모사업에 따른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결성’과 행정정보 공개요청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해왔던 예총 수장의 돌연한 사과 성명이었다.

예총 비대위와 사전 협의 없이 독단이 마련한 기자회견은 그동안의 행적에 대한 일방적 사과였다. “지역예술계의 불협화음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 한다”는 내용의 사과문도 웬 영문인가 싶었지만 바로 전까지 사퇴하라며 비난을 퍼부었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에 대한 존경과 칭송은 거의 굴욕에 가까웠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이신 충북문화재단 강형기 대표이사님에게도 본의 아니게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에 누를 끼치게 된 점 역시 사과 한다”는 ‘강비어천가’에 예총 회원들의 자존심은 흙바닥에 내팽개쳐진 꼴이 되고 말았다.

문 회장의 기자회견문이 충북예총 예술인의 자존심에 더 이상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주었다는 불만이 회원들을 들끓게 했다. 예총의 문화재단 규탄 행동에 대해 예총의 이름을 빌려 제멋대로 사과한 수장의 비굴한 모습에 흥분한 충북연극협회는 긴급이사회를 열고 충북예총의 탈퇴여부를 의결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

입을 다물고 있는 단체들의 속사정도 행동을 드러낸 연극협회와 다르지 않았다. 협회들과 상의 없이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비는 수장의 행동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분노가 용암처럼 뜨거웠다.

회원들의 비난이 일제히 분출하자 문상욱 회장은 기자회견 다음날 돌연 사퇴를 발표했다. 사무처는 퇴근 시간에 맞춰 문 회장이 개인사정으로 사퇴했다는 긴급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달 초순께부터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으나 문화재단과의 일이 생기며 사퇴시기가 늦어진 것 뿐 다른 이유는 없다는 사퇴이유는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문회장의 사과에 반색을 표했던 측에선 비상대책위에서 표결로 문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니 문회장의 행동은 전혀 비난받을 것이 없었다며, 회장에게 권한을 위임해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예총회원들을 비웃었다. 사업비에 불만을 가지고 결의대회까지 한 것도 우습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내용에 화를 내는 모습도 옳지 않다는 비아냥거림이었다.

돌연한 사과의 배경이 의혹

그런데 문회장의 돌연한 사과문 발표가 문화재단 강 대표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돌고 있다. ‘예총이 요구 사항을 철회하지 않으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위협이 입장선회를 하게 된 배경이라는 내용이다.

사건의 배경이 사실이라면 ‘문화재단이 지역예술단체 위에 군림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 준 작태’라며 예총 비대위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협의를 거쳐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예총은 우선 사퇴한 문상욱 회장의 재추대를 결정했다.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퇴를 결정하는 며칠 동안이 문회장에게는 예술인으로 살았던 몇 십 년의 시간보다 길었을 것이다. 가장 양심적인 사업가가 가장 못된 공무원보다 오염돼있고, 가장 청렴한 공무원보다는 손가락질 받는 예술가가 순수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문회장은 예술인이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긴 했다. 회장 사퇴의 혼란은 수습되었지만 형편없이 망가진 예총의 위상은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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