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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 흥부 가족이 그립다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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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19  09: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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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고전 흥부전의 이본인 ‘흥보만보록’은 스토리가 조금은 다르다. 1833년에 쓴 흥부전의 한글필사본으로 지난 70년대 발견되었다. 하버드대학이 소장 중인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가장 오래된 '흥부전'보다 20년이나 앞선 작품이다. 현재 이 책은 발견자가 하바드에 기증,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흥부전의 배경은 지금까지 남부 지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흥보만보록’의 배경은 평양이며 스토리 구성이 다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흥부와 놀부는 비교적 잘 사는 부잣집의 데릴사위로 들어갔다. 흥부는 친부모 봉양을 위해 고향집으로 돌아가려 하며 형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자신은 처갓집 덕분에 잘 먹고 잘살게 되었는데 왜 친부모의 봉양을 해야 하느냐며 거절한다. 처갓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처와 장인 장모에 대한 봉양만 정성들여 했고, 이 때부터 둘 사이의 빈부격차가 커졌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가치관이 흡사 현대 풍속도를 방불하여 재미있다. 부자집 데일사위로 들어가 편하게 살려는 놀부, 그러나 흥부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봉양하며 많은 자식을 낳는다.

이본마다 흥부의 자식수가 틀리는데 10명에서 25명까지 불린 작품도 있다. 판소리로 불려지면서 소리꾼이 관객들을 웃기려고 과장한 것이 이런 기록으로 남았는지 모른다. 자식 복을 얻은 흥부대신 놀부는 자식이 없다.

조선 후기에 흉년이 들면 자식 몇 명도 양육하기 힘들었다. 호구를 잇지 못하는 가난한 서민들은 아들을 버리거나 심지어 노비로 팔았다. 그런데도 흥부는 자식들과 똘똘 뭉쳐 함께 살았다. ‘어메 밥 어메밥’ 절규가 부부의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아픔 속에도 20명이 넘는 자식들과 함께 힘겹게 산다.

명색이 양반 출신 후예라고 팔자걸음에 헛기침을 하고 다니는 흥부는 돈이 되는 일이면 마다 않고 나섰다. 그중에서도 엽전 몇님을 받는 매품을 팔고 엉덩이에 피투성이가 되어 귀가하면아내는 통곡으로 남편을 위로한다.

그런데 가난한 흥부가 보은의 박씨를 얻어 일약 부자 복을 얻는다. 박 안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진 것으로 그려지지만 흥부네 가족은 엄청난 노동력으로 부를 모을 수 있었다. 20명의 자녀들이 밖에 나가 박 장사를 했어도 벌어오는 돈이 한두푼이었겠는가. 흥부는 자식 복으로 부자가 되고 무지식이 상팔자라는 욕심 많은 놀부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지방 소멸, 인구절벽이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가 정쟁만하다보니 진지하게 생각지 않은 결과다. 전국에 폐허가 된 리조트, 농가, 타운라우스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젊은이들이 결혼하여 자식을 낳으면 청년이 될 때 까지 1억씩 지원한다고 하자 너도나도 이 시책을 남발하고 있다. 청년이 될 때 까지 지원한다는 것이 바른 길이 될지는 몰라도 당장은 젊은 세대들의 의욕을 제고 시킬 수는 있을 게다.

비대해진 서울을 해소하기 위해선 연예인들만이 성공 모델로 부각 돼서는 안 된다. 지방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성공적인 농촌 청년들을 TV는 이 시대의 영웅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현대판 흥부가족들을 발굴 지원하고 대 기업에서 사원으로 우선 채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게다. 흥부네 가족이 많아야 인구절벽을 막을 수 있으며 소멸하는 지방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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