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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자성과 함께 분발을김춘길 주필 겸 대기자
김춘길  |  kck9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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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18  13: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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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문신이자 가사문학의 대가(大家)인 송강 정철(鄭澈 1536년 중종31~1593년 선조26)은 연시조 훈민가 16수의 마지막 수에서 백성들에게 노인에 대한 공경을 다음과 같이 훈계했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실까...”

우리는 이 훈민가에서 송강의 경로심을 절감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늙은이가 여생을 평안히 누리지 못한 채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노년의 애달픔을 맛볼 수 있다. 노년의 개별적 고통은 그 양상이 다를지언정 예나 지금이나 엄존한다. 가부장적 가족체제가 붕괴되고 핵가족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의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들에 대한 전통적 공경심은 날로 희박해져 가는데 반해 노인들의 고통은 늘어간다. 그 일반적인 고통은 병들고(病苦), 가난하고(貧困), 외롭고(孤獨), 역할이 상실되는(無爲苦) 등 4고(四苦)로 요약된다.

그러나 오늘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우리 정치권의 노년층에 대한 폄하와 무시 또는 홀대 현상, 그리고 노년층의 각성과 분발이다. 특히 정치권의 노인폄하 현상은 선거 때마다 나타난다. 그 예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22번으로 출마 했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3월 26일 대구시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 중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면서 “정치행위는, 이것이 미치는 것은 미래라구요. 미래는 2030대의 무대라구요.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으로 물의가 일어나자 결국 정동영은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비례대표도 반납했다. 그리고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 낙선하는데 있어서도 ‘노인폄하발언’은 크게 부정적 영향을 입었다는 정가의 분석이다. 상황은 달랐지만 정동영은 4·11총선에서도 낙선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김용민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후보의 과거 노인폄하성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후보는 2004년~2005년 사이 자신이 진행했던 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김구라와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하는 노인대책을 논하면서 “지하철 시청역 지하 4층을 하나의 계단을 만들고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다 없애면 노인들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청을 안 오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들춰내져 어버이연합회원 등으로부터 후보사퇴 압력을 받았고, 결국 막말이 빌미가 되어 낙선됐다.

학생운동권 출신인 하태경 새누리당 후보(부산 해운대·기장을)의 경우 2004년 8월25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쓴 ‘친일청산 켐페인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더 유리할 듯’이란 글에서 “살아 있는 노인 99% 이상은 친일한 사람들” 이라고 적어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계의 노년정책 홀대·무시 자세도 누적되어 왔다. 이에 불만을 참아오던 노인 단체는 4·11총선을 계기로 분노를 폭발시켰다. 대한노인회·대한은퇴자 협회·전국노인복지연합은 지난 3일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에 나선 정당과 후보들이 “노인을 사회적 주체가 아닌 자신들의 당선에 필요한 ‘표(票)’로만 인식하고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새누리당은 노년층을 당연히 자신들의 정당을 지지해줄 것이라 착각하는 ‘집토끼’로 치부하고, 민주통합당은 노년층을 어차피 버릴 카드로 인식하는 ‘산토끼’로 치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 전국단위 노인 단체는 또 “300명이나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에 (정당들이) 지역이나 비례에 노년대표 한 명 이름을 올려주지 않는 홀대를 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하고 “정치인들이 표를 얻으려고 찾아오는 것을 단호히 거부 한다”면서 “이제부터는 더 이상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진정성을 가진 후보에게 선별적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선언 했다.

말로만 경로 외치는데 노년층 분개는 당연

정치권이 노년정책 수립과정 등에서 전국단위 노인단체와 간담회 한 번 없이 판박이 정책을 늘어놓으며 말로만 경로를 외치는데 대해 노년층이 분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노년층이 그런 홀대를 받게 된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도 필요하다 하겠다. 권력에 순치되어 힘 있는 자나 가진 자 편에 서기 일쑤이고,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답답한 ‘보수꼴통 늙은이들’이란 비난을 자초한 끝에 ‘산토끼’ ‘집토끼’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현실을 직시 하자는 것이다.

늙기도 서러운데 ‘정치권의 젊은것들’로 부터 홀대를 당하지 않으려면 노년층의 일대 각성에 의한 단결력 발휘가 절대 필요하다. 시대의 발전적 변화에 부응하는 조화적 생각과 단결된 행동력으로 노년층의 정당한 주장을 펼쳐 정부와 정당·정치인 등 각계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 정부의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은퇴자협회(AARP 회원3500만명)처럼 우리나라 노년층도 정치권 등에 맹종하는 자세를 지양, 의연한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겠다. 이와 관련,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는 기회활용의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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