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륵이란 낱말을 들으면
체하여 목이 멘다
그륵, 그륵....
수없이 입속으로 되뇌어 보는
어머니 손맛 소복하게 담겼던 그륵
고향 사투리였지 그릇을 그륵이라고

늦은 저녁상 물린 밤
앞 논 개구리울음 유난할 때면
남폿불 밝혀놓고
마당 가 펌프 물 퍼 올려
어린 나는 그륵을 닦았었지
야문 손끝으로 뽀도독뽀도독
반짝거리는 그륵마다
어머니 정 담길 날만 기다렸었지

큰 수술 받고
한 달 만에 퇴원하신 어머니는
가마솥에 밥부터 안치시며
육신 아픔보다 더 못 견딜 것이
식구들 따순밥 해 먹이고 싶은 욕심
떨쳐내는 일이라셨지

도회에서 시집와 서툰 농사일에
나를 담은 만삭의 몸으로도
보리방아 찧으셨을 어머니

그륵을 닦으면
내 그륵이셨던 젊은 어머니가
그 속에 환히 웃고 계신다

▶2010 <문학광장> 시 등단
▶만해 한용운 시맥회 시 입상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입상
▶시와소금 시인협회 회원
▶https://blog.naver.com/you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