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이 20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방문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합동분향소.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딸 이모(48)씨가 두손을 모은 뒤 반절을 하곤 한참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힘없이 어머니의 이름이 쓰인 위패를 바라보던 그는 한참을 서 있다 힘겹게 분향소 밖으로 발걸음을 뗐다.

이씨의 오빠 이모(51)씨는 "어머니 삼우제가 끝나고 납골당에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충북도청은 이날부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 합동분향소 운영을 시작했다.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위패 14개가 나란히 놓였다.

바깥에서는 참사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시민단체의 집회 구호가 들려왔다.

분향소 운영 첫날 오전부터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유족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번 참사로 희생된 버스 기사의 친한 동료였다는 백승규(46)씨는 "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봐온 사이였는데, 너무 착한 사람이었다"면서 "이렇게 한순간에 목숨을 잃어 안타깝다"며 착찹해했다.

오빠가 잘 있는지 보러 왔다는 유족 조모씨는 애써 울음을 참으며 함께 온 남편이 분향하는 모습을 두손을 모으고 묵묵히 바라봤다.

장모를 잃은 민모(43)씨는 고인의 손자를 포함한 일가족 7명을 데리고 분향소를 찾았다.

착잡한 표정으로 분향소에서 걸어 나온 그는 "아직까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지자체와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에 화가 난다. 진짜 책임이 있는 사람이 처벌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경구 유족 임시 대표가 20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앞으로의 수사 진행 상황을 유족들에게 알려달라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분향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방문했다.

그의 방문 소식을 듣고 분향소를 찾은 이경구 유가족 임시 대표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유족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한 총리는 "투명하게 유족들에게 알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분향소에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김교태 충북경찰청장 등도 방문했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져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