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오호 애재라. 그저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 나라가 어떻게 이 꼬라지가 되었나. 국회는 급기야 돈 봉투를 돌린 뇌물 의원들을 감싸는 방탄 국회가 되었다. 의원의 윤리의식은 물론 한 가닥의 양심마저 팽개친 국회, 지금 한국 국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야당은 다음 총선에 이기고 지는 것은 염두에도 없는 모양이다. 진영과 진영, 지역과 지역으로 쪼개진 이상 공천만 받으면 당선 될 것이니 여론은 상관도 안한다. 같이 도둑 혐의를 받고 있으니 힘을 모아 응원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수 없다.

‘나만 돈 돌렸니, 나만 먹었니?’ 하는 항변이 이심전심 통한 것인지. 의원 과반수가 두 의원의 구속동의를 반대 했다. 이번 정부 들어 이뤄진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은 이번까지 5건이다. 민주당 노웅래(지난해 12월28일)·이재명(올해 2월27일) 의원은 부결됐고, 국민의힘 하영제(3월30일) 의원은 소속 당의 당론 찬성 속에 가결됐다. 야당의 방탄 응원을 받은 두 의원은 ‘내로남불’ 당의 애정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사실 돈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역구 관리를 위한 지구당 운영 등에 돈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국 정치사회에서 돈 봉투는 관례처럼 돼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자금법에 의해 필요 경비를 지원 받고 모금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돈이나 덥석덥석 받는다는 것은 국회의원이 지녀야 할 청렴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헌법 제46조에는 국회의원의 청렴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①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②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라고 되어 있다. 과거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비밀 돈 봉투가 돌려진 것은 규명돼야 하며 분명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코인 투자 의혹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얼굴을 깔고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다. 그는 현재 윤리위원회에 제소 된 상태다. 한 여당의원이 항의하자 싱글벙글 웃기까지 했다. 국회를 비웃은 것인가, 국민들을 조롱한 것인가.

한 여당의원이 김의원에게 항의하자 야당의원들이 나서 김의원을 두둔하는 진풍경도 보인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우리 편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옹호해야 겠다는 전우의식이 작용한 것인가.

한편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위원회 6월 첫 회의에 참석 국민들께는 성실한 의정활동을 약속드렸다’면서 ‘교육위원으로 교육 현장의 학생, 교사, 학부모, 관계기관 등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의원이 하필 교육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어떤 소통을 하려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해프닝은 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이재명 야당대표를 관저로 초청, 우리 정부에 대해 내정 망언을 자행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 한다’는 등의 비신사적인 발언을 했다. 이재명대표는 이를 유트뷰 까지 동원, 중계하여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란 비판을 받았다.

지금이 과거 청나라 시대인가. 주한 중국대사의 협박은 외교 관례를 깨뜨린 내정 간섭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산, 미중간의 대만해협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북한의 무모한 도발 등 점점 갈등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야당 대표가 격에도 맞지 않은 중국대사 관저에 달려가 망언에 맞장구를 친 것은 잘못이다.

오호애재라. 왜 한국에는 진정한 정치지도자가 없는 것인가, 내년 총선에서 일대 물갈이를 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