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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박종천 편집국장  |  cj34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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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02  15: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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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천 편집국장

“너는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다”

“넌 사료나 처먹어야 한다”

“식당은 인간이 밥 먹는 곳인데 네가 왜 오냐? 구제역 걸리기 전에 꺼져라”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의 아들이 같은 고교 동급생에게 한 말들이다.

피해 학생은 이렇게 현직 고위 검사의 아들 때문에 2년 가까이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학교 동아리에서도 쫓겨나고 왕따를 당했다.

이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다닌 학교는 전국 중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선망 받는 민족사관고등학교였다.

피해 학생도 전국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학교에 들어갔다면 학교 시절 내내 수재였을 것이고, 주변으로부터 장래가 촉망받는다고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본인도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과 포부를 가진, 순진한 청소년이었을 것이다.

그런 학생이 정신과 병원 진료를 받았고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으며 마침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인 정순신 부부가 보여준 행태는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정씨 부부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며 자기 아들의 언어폭력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마 자기도 현직 고위 검사이고, 장인 어른도 보수정당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집안이었기에 그랬나보다.

그러니 가해 학생이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 받고 하는 직업이다",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발언하고 다녔지 않겠는가?

또 교사와 학교 측의 가해 학생 선도 노력을 정씨 부부가 막았단다.

교사가 오죽하면 “학생이 진술서를 쓰면 다시 부모님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해서 다시 쓰고,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고 하는 상태라서 학생 선도 보장은 매우 낮다”고 말했을까?

그렇지만 학교(민사고)는 힘 있는 자에게 굴복하지 않고 가해 학생에게 전학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을 알고 힘 있는 부모는 달랐다.

재심 청구, 집행정지 신청, 행정소송 1심, 2심, 대법원까지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다했다.

이토록 1년 가까이 길게 소송전을 펼친 것은 시간을 끌어서 학생부에 학폭 기록이 남지 않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급 학교에 쉽게 진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정씨 부부는 결국 아들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은 그처럼 긴 시간 소송에 시달리며 가해 학생과 같은 학교를 계속 다녀야 했고, 가족들까지 2차, 3차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

이 사건 때문에 제주도민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고, 제주 도지사까지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피해 대상이 된데 상당히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학부모 인식이 저급함에 분노한다”고 불쾌감을 보였다.

서울대 학생들도 “정순신의 아들은 현재 서울대 철학과에 재학 중으로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 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대자보를 붙이며 자책하고 있다.

이번 학폭 사건을 계기로 지금 8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지기가 활동중단을 선언했고, MBN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의 우승 0순위 황영웅까지 뭇매를 맞고 있다.

그 만큼 학폭은 죄질이 나쁜 것이다.

19세기 중반 미국에 프랜시스 윌리엄 에드먼즈라는 화가가 있었다.

그가 그린 1859년작 ‘새 보닛’이란 그림이 유명하다.

‘보닛’은 턱 밑에서 끈으로 묶게 되어 있는, 여자들이 쓰는 모자를 말한다.

그림 속에서 젊은 딸이 무척 비싼 새 보닛을 손에 들고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고, 그 앞에서 부모들은 허영심이 가득한 딸을 놀라고 원망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화가는 이 그림 속 어머니 옆에 거울을, 아버지 뒤에는 술병과 술잔을 그려 넣고 있다.

그것은 부모가 먼저 잘 못되었으니 그런 딸이 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말에도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응당 명심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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