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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없다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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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12  11: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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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청주역을 거쳐 옥산까지 운행하는 611번 버스 안, 엊그제 일어난 일이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처자가 꽃다리 쯤에서 버스에 올랐다. 뒷좌석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시원한 목소리 탓에,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아도 민망한 대화 내용들이 낱낱이 들어 왔다. 감탄과 교성을 섞어 어제 만난 찌질남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석과 성토를 하던 그들은 이번엔 더 호탕한 소리로 통화를 시작했다. 통화에 취한 말투의 대부분이 욕설이었다. 조폭 영화에 길이 들어 웬만한 욕에는 이미 적응이 되어 있는 귀가 움찟 오그라들 수준의 막말이 거침없이 터졌다.

한가한 낮 시간대라 버스 안은 장년층 정도의 어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주위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들의 행동을 말렸을 경우 백배 천배로 돌아올 후환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비겁한 어른들은 안 들리는 척, 안 보이는 척, 묵묵히 창밖만을 응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터졌다.‘주둥이 닥쳐 이 년들아’
버스 안의 시선이 모두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향했다. 안하무인인 처자들보다 두어 살 더 먹어 보이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난데없는 욕설에 잠시 말을 멈추었던 여자들은 상대가 별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 제 또래의 왜소한 청년임을 확인하자 손톱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웃기고 자빠졌네. 이거 미친 거 아냐”

여자들이 비웃음을 날리는 순간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여자들의 좌석에 성큼 다가가 한발을 좌석에 올려놓더니 다부지게 쥔 주먹을 들고 당장이라도 내려칠 자세를 취했다.
“그래, 미쳤다. 어떤 년부터 맞아 볼래?”
남자의 기세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던지 여자들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저씨. 잘못 했어요. 가세요.”

겁먹은 여자들의 사과를 들은 청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어디서 함부로 떠들어”
더 이상의 불상사 없이 사태가 잠잠해지자 버스 안에 조용한 미소가 번졌다. 하나같이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어른이 없다고들 한탄한다. 어린 것들의 응석을 한없이 받아주며 호주머니나 여는 것이 어른의 역할처럼 돼 버렸다. 금지옥엽 떠받들어 키워진 아이들에겐 어른이 제 뒤치다꺼리나 책임지는 호구요, 물주 정도다.

어른의 호통소리가 그리워

이런 세태를 무시하고 눈에 거슬리는 젊은이들의 행동을 지적하다가는 수구 꼴통이라는 욕과 봉변으로 만신창이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소위 지도자입네 나선 젊은 것들의 입은 한층 더 더럽다. '오버하고 xx하는 노친네들을 다스리자면 공공시설의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다 없애면 된다"는 주장을 웃으며 지껄이는 상황이다. 인기 소설가 이외수의 "19금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코멘트는 힘과 욕설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나약한 어른의 대표적 대응이다.

지난 버스에서 일어났던 작은 소동을 다시 생각한다. 비굴하게 고개를 움츠리고 있던 승객들 속에서 분연히 일어나 잘못을 바로잡은 청년의 행동은 어떤 어른보다 어른스러웠다. 청년에게 잘했다는 말 한마디 하고 내릴 걸 하는 부끄러움이 인다. 버스 지나간 뒤의 늦은 후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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