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우리 역사에서 중국대륙은 ‘이소사대’의 대상이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겨야 한다는 체념적 사대사상으로 역사가 오래 흘렀다. 이는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천년간 민족의 이동으로 같은 혈통이 진화한 것도 부정 할 수 없다.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도 중국에서 만들어졌으며 이천년간의 역사 문화 사상서가 모두 한자로 기록 되어 있다.

삼국시대부터 민중을 지배해온 불교사상의 뿌리도 중국을 외면하고 이해 할 수 없다. 필자는 중국 불교의 거대한 보물창고였던 돈황석굴에서 발굴 된 당·송대 불경을 공부하면서 이 유물을 외면하고서는 한국 초기 불교를 이해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 역사에서 왕조가 바뀔 때마다 한반도를 그냥두지 않았다. 통일제국 한나라는 사군을 설치하여 한반도 절반을 지배하다 신흥 고구려에 내쫓겼다.

그 원한이 당태종의 고구려 침공 역사적 앙갚음이 아니었을까. 영웅 당태종은 요녕성에 있는 안시성에서 인생의 첫 패배를 당하면서 손수 마차를 밀고 퇴각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한반도의 2천년 역사에서 중국은 문화를 전수했으면서도 우리 민족을 괴롭혀 멸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북방민족인 글안, 몽골, 여진은 중국대륙을 장악하면 반드시 한반도를 침공하여 항복을 받았다. ‘소중화(小中華)’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호락호락 항복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비록 항복하여 죄 없는 백성들을 끌고 갔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달랐음이 역사에서 나타난다.

대륙은 비록 우리가 매년 조공을 바치는 나라로 대우하는 척했으면서도 속으로는 두려워했다. 당나라는 매초성에서 20만 대군이 신라군에게 전멸하자 태도를 바꿔 의형제국 같이 예우했다. 신라 유학생들을 관리로 채용하고 우대했다.

최고의 문화국 송나라도 고려를 대등한 관계로 예우했다. 고려 초기 왕도 개경을 돌아본 송나라 서긍은 고려군대의 열병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려를 무력으로 침공하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이 민족이 대륙의 패자가 되었을 때 우리 조상들은 ‘때국놈‘ ’오랑캐‘라고 비하했다. 만주의 여진족이 북경을 장악하여 청(淸)을 세웠을 때는 연호를 쓰지 않았다. 멸망한 명나라를 사모한다고 황제 숭정(崇禎)을 고집하며 의리를 지켰다.

중국에 전해 내려오는 한 민간 문서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는 키 큰 러시아도 아니고 해귀(海鬼. 흑인)도 아니며 조선군이다’라는 글이 나온다. 은근히 우리를 두려워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중국이 간혹 신경질적으로 한국을 대하는 일이 많아졌다. 중국 언론에서도 과거 ‘속국’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특히 대만문제에는 더욱 눈살을 찌푸린다.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이 최근 대만을 방문했다. 그런데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결연한 반대와 강력한 항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격분하며 고강도 군사 훈련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프랑스, 영국, 일본, 체코, 호주 등의 의원과 당국자들이 잇달아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이때도 엄중 항의했나를 묻고 싶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한국에 화를 잘 내는 중국의 처사에는 분명 과거 역사의 잔영이 깃들어 있다. 한국이 중국인 코로나 환자 입국을 거부했다고 한국인의 중국 방문 단기 비자 발급마저 중단했다.

한-중 관계는 상호 호혜평등의 원칙에서 이해돼야한다. 중국도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물 안의 봉건적 사고를 떨치고 밖으로 나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