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천 편집국장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담대한 구상과 추진력이 돋보인다. 

종전에 ‘충청북도 지원 특별법’으로 알려졌던 ‘내륙연계지역 지원 특별법’에 대한 얘기다. 민선8기에 충북도지사로 입성한 김 지사는 취임 초기인 요즘 이 ‘내륙법’에 총력을 쏟고 있다.

도정을 맡은 지 두 달이 지난 8월 31일 그는 국회로 달려가 소통관에서 ‘바다 없는 충북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충북을 위한 특별법 만들기 대장정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도 이 문제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지난 10월 7일 대통령이 참석한 울산의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충북은 바다가 없다는 이유로 예산으로부터 홀대받고, 백두대간으로 인해 교통이 단절돼 인접 지역과 함께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충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그는 야당 의원들에게 공약 후퇴 문제로 혼나면서도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지원 요청을 해서 많은 의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러한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최시억 국회 의정연구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충북도의회 의원, 충북연구원, 학계, 충북도 및 11개 시·군 관련 부서장 등 총 27명으로 입법추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김 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통령실을 다시 찾아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을 만나 이 문제를 거론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11월 초에는 국회를 찾아가 이채익 행정안전위원장, 정진석 국민의회 비대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등 국정과 국회 예산분야에서 힘깨나 쓰는 요인들을 두루 만났다.

이렇게 정·관계 분야에만 애를 쓰지 않고 충북 각 시·군의 민간시민단체들과 시·군, 시·군 의회까지 공감대를 이끌어내 이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으로 충북 전역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의지를 보이게 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충북 출신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바다 없는 충북 및 내륙연계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여론을 조성했다.

도대체 무엇이 김 지사를 이렇게 ‘내륙법’ 제정에 매달리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그의 선거공약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청풍호(충주호)와 대청호, 괴산호, 칠성호를 비롯해 도내 곳곳의 크고 작은 아름다운 호수를 하나의 관광단지로 연계해 ‘레이크파크 관광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한마디로 도내에 있는 호수와 7백개 저수지들을 연계하고 관광지로 잘 꾸면서 도민들이 관광수입으로 윤택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이 공약을 실천하려고 자세히 살펴보니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충북은 각종 댐으로 많은 규제를 받고 있고, 손해만 보고 있고, 또 앞으로 그런 관광산업을 하려고 해도 규제 때문에 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충북은 충주댐과 대청댐을 통해 수도권과 충청권 주민 3000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해 왔다. 이를 위해 도민은 40년 넘게 규제에 묶여 10조원 피해를 입고 있다. 그 결과 충북은 11개 시·군 중 6개 시·군이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또 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마련된 국가예산은 각 시·도에 골고루 배정돼야 하는데, 올해 해양수산부 예산 6조 4000억원 중 충북에 배정된 예산은 겨우 0.08%인 5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홀대를 받고 있다.

다행히 그가 이렇게 특별법 제정을 위해 총력으로 노력한 결과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행안부를 찾아가 실무 협의한 결과 충북지원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행안부도 특별법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강원, 경북 등 인접 지역과 함께 하는 법이라지만 충북이라는 특정 지역을 특별히 지원하는 법을 만들기가 쉽지 않고, 국가에 재정적 부담도 많이 지우게 되는 법이기에 그렇다. 아마 수도권이나 호남 등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이 형평성 등을 내세우며 반대할 수도 있고, 다른 특별법과 상충하지 않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분명히 충북은 다른 지역을 위해 희생하고 있고, 전국 균형발전 차원에서 충북이나 내륙지역 발전을 국가는 반드시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슨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국회에 충북 출신 국회의원들은 숫자가 매우 적다.

그러나 충북 각계각층 도민들이 한마음으로 나서고, 출향 도민들이 거들고, 지역 언론들이 여론을 형성하면 중앙정부와 국회를 못 움직일 것도 없다.

충북은 인구와 면적은 적어도 도민들의 열정과 여론이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김 지사도 지금까지 잘 해왔듯이 앞으로도 도민을 믿고 무소의 뿔처럼 나가야 할 것이다.

충북의 힘을 보여줘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