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대개 도둑들의 결말은 탐욕 때문에 비극적 종말을 맺는다. 강탈한 재물을 나누는 과정에서 대부분 파탄이 난다. ‘욕심이 화를 초래 한다’는 말이 있듯이 하늘이 이들의 죄를 용서하지 않는 것인가.

재미난 고사가 있다. 산적 3명이 재물을 도둑질하여 산속에 숨어 나누고 있었다. 이때 한 도둑이 술을 사오겠다고 마을로 내려갔다. 두 명을 산속에 둔 도둑은 욕심이 생겼다. ‘두 놈을 없애면 그 돈이 다 내 것이 되겠지’ 산적은 술병에 극약을 타 가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있던 두 도적도 술을 사러 간 도둑을 제거하면 그 몫은 둘이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를 살해할 생각을 갖는다. 이들은 술병을 들고 올라온 산적을 살해했다. 그리고는 쾌재를 부르며 그가 가져온 술을 나누어 마셨다. 결국 세 도둑은 싸늘한 시체가 되고 말았다. 도둑들 간에 탐욕만 존재하고 의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남시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단초도 부정한 방법으로 생긴 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고소 고발이 시작되고 부터다. 이들이 갹출해야 할 돈의 액수를 놓고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언론이 들어다 보게 된 것은 지역의 한 주간신문이 칼럼을 통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입니까’라는 글이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단군이래 가장 성공적인 택지개발 사업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자신이 모두 기획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지금은 해방이후 가장 큰 비리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유동규는 1년 수형 생활을 하고 지난 주말 석방되었다. 그는 출소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이 세계는 의리란 게 없더라. 내가 착각 속에 살았던 거 같다. 구치소에서 1년 명상하면서 깨달은 게 참 많다. 내가 너무 헛된 것을 쫓아 다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의리 없는 세계란 누구를 지칭한 것일까. 그가 겨냥한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칭한 것일까. 대장동개발 비리를 다 뒤집어 쓴 자신을 측근이라고 하지도 않은 것에 대한 배신감과 30년을 교도소에서 살아야 한다는 절망감에서 폭로에 용기를 낸 지도 모른다.

일설에는 친구였던 고 김문기처장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변심했다고 한다. 그는 또 기자들과 만나 ‘급할 거 없다. 이재명을 서서히 말라 죽이겠다’고 까지 공격하고 있다. 이쯤이면 원한 맺힌 저주가 아닐 수 없다.

측근들의 구속과 자신에 대한 검찰의 기소로 이 대표는 곤혹스런 지경에 빠졌다. 자신은 1원도 받지 않았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와 손절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진보와 보수는 다시 광화문에서 세 결집으로 수만명이 충돌했다. 야권 시위대는 야당 탄압, 대통령 퇴진을, 보수는 이재명구속 피켓을 들고 나왔다. 시위대의 야당탄압이란 구호와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옹호는 명분이 약하다.

광화문이 어쩌다가 양분되어 이런 시위로 몸살을 치러야 하는지. 대장동의 몸통은 누구이고 누가 진짜 도둑이었는지 빨리 가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