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충북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필자가 법원 조정에 참여한 건 현직에서 퇴직하면서다. 부딪히는 문제 중엔 껄끄럽다 못해 살 떨리는 분쟁도 많다. 당사자 주장과 논거를 끝까지 들어가며 고매한 호소로 조정 성립을 끌어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직업을 자칭하면서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체포된 방구뽕과 그를 변론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지난주 종영) 시청률은 뜨거움을 넘어 펄펄 끓었다. 덩달아 나도 여러 번 울컥했다.

초등 1학년 담임 때 8, 9, 10월생 입학생이 몇 있었는데, 또래끼리 ‘형·언니’라 부르는 건 예사였고 유독 징징거렸다. 지체와 부진 모두를 아이들 탓으로 압박하고 겁만 준 ‘짝퉁’, 이제야 깨닫는 바보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합니다. 나중엔 늦습니다. 비석치기 술래잡기 말뚝박기 고무줄놀이 나중엔 너무 늦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안‘을 불쑥 내놨던 박순애 교육부 수장이 새 정부 1기 각료 중 첫 불명예 중도 사퇴했다. 애초 자격시비(비전문가·음주운전·베껴 쓴 논문)에 휘말렸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도 건너뛰더니 정치권·언론부터 밉보인 건 물론, 한술 더 떠 전문성과 정무감각까지 민심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적게나마 유·초·중 학부모 대표, 관련 단체 및 시도교육감 의견 수렴 과정쯤 거쳤으면 모양새라도 괜찮았을걸, ‘방구뽕도 안 봤냐?’ 경멸과 폄훼로 퇴짜를 맞은 거 같아 더 쓰리다.

문제는 ‘어물쩍’ 초동대처·뒷북 대응이었다. “공론화하겠다는 의미, 안 할 수도 있다”며 흐지부지했잖은가. 얼마나 준비가 안됐으면 도망치듯 취재진을 피하려다 하필 신발까지 벗겨져 모양 구겼나 싶다. 바둑에선 때때로 겁 없는 하수의 한 점이 판을 뒤집기도 하지만 고수는 자신과 싸운다. 또 ‘웅웅’거린 교육부 폐지 논란은 결국 황당한 소설이 아녔다. 힘 빠진 교육현장·고독한 교권은 버겁고 냉혹하다.

◇ 변별력 핑계

방구뽕 역시 명문대 입학 수재로 마음껏 뛰어놀면서 기억들을 남길 ‘입시전쟁’ 해방을 복기하려 든다. “힘들면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재판장의 직설적 질문에도 피고와 우영우 변호사는 ‘술술술술’ 법정을 교육 세미나처럼 달궜다. 바로 이거다. 자격을 갖춘 교육부총리 인력풀은 얼마든지 넘쳐난다. 교육 과제와 개혁에 딱 맞는(경력·인품·소통) 인간 정보(Humint)를 도민 공동 명의로 추천했음 싶다. 오십보백보 의원들 질문,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 벽도 그나마 일리가 있었다. 보고서 채택을 다시 보는 이유다.

입때껏 ‘워킹맘, 자사고·외고, 대학입시’ 등등 최대공약수를 고민하긴 했다. 2018학년도 이후 초중고교 영어·수학 학습량을 줄여 이른바 ‘수포자’ 증가를 막기 위한 조처를 내놓았지만 대입 수능 수학 문항수와 초 고난도 문항은 모른 체다.(현장 교사·학생·학부모·수학 단체들 의견) ‘변별력 우롱으로 믿기 힘들 저질적 범죄, 아이들이 무슨 죄입니까. 구호와 내실의 괴리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영우 변호사의 피고 대리인 선정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