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충북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지난 1일은 교육감과 풀뿌리 정부의 단체장 취임으로 후보시절과 달리 정제된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민선 8기 김영환 지사와 윤건영 교육감 고향은 괴산 청천, 보은 회인으로 영락없는 ‘산(시)골’ 소년 아녔나. ‘산이 저만큼 하늘을 가렸는데 / 아이들 눈은 뵈는 것만 하늘이다./ 산이 저만큼 언덕을 놓아 / 바람 몇 줌도 / 되돌아간다./ 가린 하늘 못보고 익은 산딸기 / 골바람 쪼가리로 굵어진 알 칡/ 바라만 보아도 살찌는 아이 (산골 아이들·오병익 1980)’, 그 누구도 모를 건 아이들 미래다.

18대 충북교육감 취임식장에서다. 동영상 속 까까머리 사진 몇 장이 뜨자 주인공도 웃음 반 회상 반 타임머신에 오른 듯 아련해 보였다. 선서와 함께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사람이다. ‘해불양수(海不讓水)’ 즉, 바다가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루듯 여러 채널 존중과 함께 교육 정상화에 앞장서겠다.”며 청사진을 밝혔다. 첫 번 째 축사는 신임 도백으로 세 시간 전 취임을 마친 김영환 지사였다. 최연소 각료(제3대 과기부장관)와 4선 국회의원 이력, ‘충북의 미래가 교육임’을 두루두루 짚어냈다. ‘과학고 학생들마저 의사를 희망하는 애처로운 현실이라’며 미래인재육성 마스터플랜은 명쾌했고 교육감과의 아름다운 약속도 뜨거웠다.

특히 반세기 전, 윤건영 소년의 회인초등학교 6학년 때 김영민 담임과 중학교 3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신 노경호 선생님 말씀은 감동을 자아냈다. 소년체육대회 배구 선수로서 전교어린이 회장을 맡으면서도 또래집단 견인 들 야무진 학생’에다 붙임성 좋았던 다큐를 들추셨다. “충북교육 과제를 혼자 감당·판단하려는 조급증은 버리고 소통을 기반으로 접합할 때 변화와 안정 그리고 발전이 가속” 될 거란 ‘끈적한 수’까지 터 주셨다. 인텔리전스(지식중심 무기)에서 이제 엑스텔리전스(아이디어 조합 무기)로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지펴달라는 간곡한 주문으로 들렸다.

◇ 교육의 본연 회복

코로나 팬데믹은 3년 가까이 교육 현장을 괴롭혔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폭염조차 잊은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미안하다. 학부모 나름 '비대면 학습'만으론 큰 일 나겠다 싶어 좌불안석이었으니 ‘신임 교육감에게 바란다’ 역시 폭주할 일이다. 한편에선 벌써, 학생 교육과정 평가(일제고사)에 반발 ‘한 줄 세우기 부활 아니냐? 수업 정상화의 발목을 잡는다’며 성토하고 있다. 평가가 정답 찾기보다 원리를 이해·응용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교권침해를 구실로 사실상 유야무야(有耶無耶)된 ‘수업장학’부터 연착륙이 필요하다.

며칠 전, 이른바 '깜깜이 선거 울렁증'을 막아보겠다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 했다는 기사를 봤다.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고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가 주요 골자다. 물론, 선거 무관심과 고비용 구조조차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러닝메이트제로 갈 경우, 교육의 존립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일이다. 왜냐면 결국 교육이 정치의 도구로 굴러 ‘아이들 미래’는 뒷전일 건 안 봐도 비디오다. 그땐 또 뭘 탓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