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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당하는 협의제 민주주의홍득표 인하대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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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21  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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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문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 국론도 찬반으로 갈려 있다. 한·미FTA를 찬성하는 국민은 다수당이 도대체 뭘 꾸물거리고 있느냐고 질책한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기존원리인데도 불구하고 처리를 미적거린다고 불평한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민은 다수당이 힘으로 밀어 붙이면 파국이 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행처리를 미루고 야권과 협의를 좀 더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FTA 문제로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다수제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와 협의제 민주주의(consociational democracy)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다수제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한 지배를 의미한다.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합의(consensus)에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존중한다. 여야 간 입장차가 분명한 쟁점이 있으면 찬반 의견을 유감없이 개진하고 상대방을 설득시킨다. 충분한 찬반토론 과정을 거친 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표결에 붙여 다수가 지지한 대안을 선택한다. 표결 결과에 대하여 찬반 입장을 떠나 모두가 흔쾌히 승복하고 존중한다. 다수제 민주주의에서는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과정을 통하여 분열과 갈등이 봉합되고 통합을 이루게 된다. 민주주의의 힘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다수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폭거에 있다. 다수라고 해서 무조건 다수결 원칙을 내세워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힘으로 밀어 붙일 때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또한 국민이 소수의 지위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탈법적 방법을 동원하여 다수의 발목을 잡고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것도 다수제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의제 민주주의를 거론한다. 협의제 민주주의는 인종, 언어, 종교 등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그들에게 정치적 대표성을 부여하고 소수의 이익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은 아무래도 소수의 의견을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수와 소수 간의 협의에 의한 지배를 강조한 것이다. 다수제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사가 관철되기 때문에 영합의 게임(zero-sum game)이란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 분열과 갈등을 줄여 국정을 효율적으로 원만하게 운영할 수 있는 협의제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협의제 민주주의는 다수와 소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고 상생의 길을 공동으로 찾는 것이다. 협의제 민주주의는 비영합의 게임(non-zero-sum game)이기 때문에 다수제 민주주의보다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협의제 민주주의도 전제조건이 있다. 대화와 타협과 양보의 정치문화, 약속과 합의결과를 존중하는 정치문화, 분극보다는 통합의 정치문화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야가 사사건건 정파적 이해 때문에 대립하고 분열하거나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흑백논리가 일상화된 정치에서 협의제 민주주의는 작동될 수 없다. 오히려 국정운영의 비효율성만 증대시키게 된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다수파인 여당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야권과 더 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 하에 다수제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려고 한다. 반면 소수파인 야권은 양보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협의제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입장이며 다수의 횡포를 우려하고 있다. 야권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결사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다수의 횡포와 소수의 폭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야에게 협의제 민주주의를 주문하는 것은 소 귀에 경 읽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될 것이다. 언제쯤 국민은 안중(眼中)에 없고 정파적 이해 때문에 이전투구하는 정치를 졸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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