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반성해야 민심을 얻는다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2.03.15  14:43:3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조선 중중대 경상도 땅에 ‘여형’이란 사노(私奴)가 있었다. 그런데 여형이 사노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학문을 좋아하여 인근에 소문이 돌았다. 마침 경상감사 김안국이 이 소식을 듣고 사노를 불러 식견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가 지은 글을 보고는 감탄하고 말았다. 어떤 글이 당대 최고의 유학자를 감동시켰을까.

그것은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에 대한 글이었다. 선비들의 수신제가에 관한 논술은 많았으나 나라를 다스리는 탁견은 없었다. 시골의 한 사노가 글을 읽혀 이 문제를 거침없이 논한 것이다.

김안국이 이를 조정에 알려 표창 상신한다. 당시 김안국의 친구 정암 조광조가 조정의 실권을 지고 있었는데 조광조는 경연에서 여형의 사례를 자세히 아뢰었다. 사노를 면천 시키고 그의 부조(父祖)를 표창하자고 주장했다.

(전략) 사노가 지은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는 일의 선후를 아는 사람입니다. 천한 신분임에도 이와 같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습니까? 과거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줄 수는 없다 해도, 특별한 포상이 있어야만 합니다. 우선 면천(免賤)을 허락하소서. 또 제가 들으니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대대로 주인에게 충의를 다하였다고 합니다.

정암이 한 사노의 논술에 감동한 것은 신분이 낮은 백성이면서 치국(治國)을 논했기 때문이다. 정암도 임금은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후에 치국 평 천하를 이룬다’는 지론을 견지해 온 것이다. 낮은 백성의 목소리를 들추어 임금이 바른 정치를 하도록 한 것인가.

치자가 정치를 잘하려면 자기반성을 동반해야 한다. 논어 학이편에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이란 말이 있다. ‘나는 하루에 세 번을 반성 한다’는 뜻으로 증자(曾子)의 가르침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저녁이면 잘못된 일을 상기하여 세 번 반성해야 잘못을 거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 남북조 말기의 안지추(顔之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당나라 명필 안진경의 선조였다. ‘안씨가훈(顔氏家訓)’의 서문에 ‘금회작실(今悔昨失)’이라는 명문을 남겼다.

‘항상 마음이 입과 적이 되어야 한다. 성품이 감정과 다투어 밤에 아침의 그릇됨을 깨닫고 오늘 어제의 실수를 후회한다. (每常心共口敵 性與情競 夜覺曉非 今悔昨失)’

9세에 부친을 잃은 안지추는 형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엄하게 자라지 못한 그는 품행이 좋지 않았다. 성장한 그는 가훈을 써 후손에게 남겼다. 자신과 같은 후회스런 삶을 후손들이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오늘날 정치도 끝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 자기반성 없는 오만의 정치는 신뢰를 잃고 오래가지 못한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이후 내홍에 빠졌다. ‘패배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란 질문에 5선 중진의원이 ‘사람들이 민주당에 대해 생각하면 내로남불, 위선, 오만, 독선, 맹종, 패거리 의식 등을 떠올린다’며 자당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 총구를 거꾸로 돌려 쏘는 작은 배신 반복자를 축출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이유를 아직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하루 세 번 이상 반성하며 정심(正心), 제가(齊家)이후 천하를 얻는다는 섭리를 뼈저리게 음미해야만 한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로 76, 상가동 2층 204호(탑동, 현대아파트)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수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수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