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48) 청원예총 회장은 지난 10일 청원예총 제8차 총회에서 제3대 지회장에 선출됐다.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 인근에서 자신의 작업장이자 갤러리인 ‘토지’를 운영하고 있다. 보기 드문 학사장교 출신 도예가인 그는 한국도자기에 다니던 친척의 “도자기 한 번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권유에 흙을 만지면서 흙이 손끝으로 전해오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는 전통 도자기의 현대적 변형을 통해 한국도예의 재발견을 추구한다. 현재까지 200여 회가 넘는 공모전·단체전·초대전에 출품하면서 생활자기의 품격을 한층 세련되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2000년 도자 부문 한국공예가협회상을 받으며 작품을 인정받았고 2005년엔 일본 동경신문사의 ‘한국의 젊은 작가 10인’에 선정돼 국내에서 작가 인터뷰를 갖고 지면에 소개됐으며 일본 한국문화원의 선정 작가 그룹 전시회로 작품도 선보였다. 30여 년 간 도예가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도예전문가인 김 회장을 만나 청원예총의 현안, 사업 추진 계획, 도예인으로서의 고충 등을 들어봤다. - 편집자
▲ 김기종 청원예총 회장.
Q. 지난 10일 청원예총 제8차 총회에서 3대 회장에 선출됐다.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는.
A. 추대나 만장일치 형식이었으면 모양새가 더 좋았을 텐데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하지만 선거를 통한다는 것은 그만큼 하고자 하는 의욕 있는 분들이 도전한 것이다. 나 역시 청원예총 태동기부터 같이 활동해오면서 늘 생각했고 내가 회장을 하게 되면 해야 될 사업들, 또는 구상하고 있던 것들을 펼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에 덤덤하면서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제 선출이 됐기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들, 또는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들을 검토해보고 청원군민을 비롯해 문화예술 향유에 소외돼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예총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도 고민하겠다.
Q. 청원예총의 현안과 중점 추진 사항은 무엇인가.
A. 청원예총은 생긴 지 7년 정도 된, 자리매김을 하는 중인 단체이기 때문에 회원들과 각 협회들 간 소통의 창구가 좁지 않았는가 한다. 그래서 내실을 기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또 하나는 청원예총이 8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직 청원 예술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청원예술제가 없다. 청원생명축제 등 청원군 내에서 행해지는 행사들과 결합해 청원예술제를 만들어, 외부인들이 청원을 찾았을 때 청원에도 이런 예술이 활성화돼 있고 많이 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
Q. 다수의 개인전·초대전·단체전에 출품하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충북의 꿈’ 대표작가로도 선정돼 비엔날레 공로 부문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도예가로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보람은.
A. 나는 대학에서 흙을 만지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흙을 만지다 군대에 갔는데 장교로 입대했기 때문에 제대하면서 돈을 좀 갖고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적지만 그때는 상당히 많은 돈이었는데 무조건 작업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주 복대동의 창고도 아닌, 보온덮개로 만들어진 공간을 얻었다.
지금은 생산 설비가 다 있지만 그때는 흙을 일일이 밟아서 쓰고 그걸 손으로 반죽해야 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하지 않는 그런 작업들을 시작하면서 무속인들이 몸에 뭔가를 내리는 것처럼 마냥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면서 가진 운명 같은 것이 내려지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때의 작업들이 지금은 아주 소중한 추억이며 내가 계속 작업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았는가 한다.
Q. 일반인들이 도예를 배우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A. 흙은 다른 어떤 재료보다 친숙하다. 만약 앞에 돌 한 덩어리와 쇳조각, 흙이 있다면 사람들은 거의 흙을 만지려고 한다. 흙은 조금만 힘을 가해도 만지는 사람이 필요한대로 움직이고 비틀리기 때문에 재미있어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흙으로 작업을 하다 보면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간다는 말을 하는데 그만큼 집중할 수 있다는 소리다. 요즘 현대 사회에서 어린아이들에게는 성장·발육을 위해 점토 놀이가 좋고 노인들은 치매와 기억력 감퇴 등을 예방할 수 있다.
Q. 여타의 예술 분야처럼 도예도 도제 형태로 전수된다. 스승은 누구이며 도예 전문가로서의 고충은.
A. 나는 대학에서 스승을 만났는데 그 분은 젊은 나이에 작고하셨고 대학원에서는 정담순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은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현대 도예를 들여와 가르친 1세대이다.
흙 작업이 늘 재미있지는 않다. 우리 연배에서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 길을 갈 수밖에 없지만 지금 30대 중반에서 40대로 가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서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결혼도 해야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면서 작업도 해야 하는데 그게 사회적으로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되돌아선다. 몇 년 정도 떠나 있다가 다시 오겠다고 하지만 백이면 백 돌아오지 못한다. 도예가로서 굉장히 안타깝고 사회 전반적으로, 나아가 우리나라에 예술을 꽃 피우길 원하는 이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 회장이 본보 신홍균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Q. 젊은 나이로 청원예총을 이끌기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A. 젊다는 나이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내 나이를 가늠할 때는, 나도 내년이면 50인데 적당한 나이라고 본다. 충북지역 예총 회장들을 보면 거의 60이 넘었는데 그들이 나를 보기엔 젊어 보이고 심지어는 어려 보인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굉장히 젊을 때부터 지부장이라든가 지회장 등을 해온 경륜이 있다.
지금 내가 예총을 이끄는 데 있어서 내가 젊어서 나이가 걸림돌이 되거나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나한테는 가장 적당한 나이, 내가 진취적으로 뛸 수 있는 나이가 아닌 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Q. 예총 회원·예술인들과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A. 소통은 기득권을 잡으려 하거나 군림하려 하는 데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나 같은 경우 어찌 보면 잘 된 게, 젊기 때문에 낮은 자세로 임하려 하고 또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한 집안의 장남이기 때문에 어른을 모시는 예의 등을 기본적으로 배운 사람이다.
우리 각 협회의 회장들이라든가 예총을 이끄는 이사진들과 터놓는 대화가 많을수록 문제점들이 해결되는데 그것이 차단됐기 때문에 소통이라는 단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분들과 많은 토의와 대화를 하며 듣고 내가 배울 게 있으면 배워가면서 운영해가려고 한다.
Q. 예총 회원과 청원군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은.
A. 청원군은 청주를 울타리처럼 두른 지역적 특색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라든가 각 학교를 다녀보면 청원군 내 학생들이 문화예술 쪽에서 소외돼있다.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도심에서 문화 행사가 있어도 나오기가 힘들다. 교통편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농사를 짓는 부모들이 많다 보니까 이런 것들에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많이 부족하다.
군민들도 번듯한 문화예술회관 하나 없기 때문에 그런 행사에 참여하고 공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다른 도시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런 소외지역과 소외되고 있는 아이들을 우리 예총 회원, 예총에서 이런 정신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나 선생님들이 찾아가서 문화적 혜택을 주고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