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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낸 후보라니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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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1.02  17: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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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조선시대 사관 김일손은 세조찬탈을 비유한 글을 사초에 실었다가 비극적인 사화를 불러일으켰다. 폭군 연산이 감히 열어볼 수 없는 실록청의 사초를 가져오게 하여 읽은 것이다.

춘추관 시관이었던 김일손은 학자적 양심으로 세조를 미화할 수 없었다. 스승 김종직의 글 조의제문을 사초에 실어 찬탈을 비유한 것이다. 분노한 연산은 김일손을 극형에 처하고 무덤에서 김종직의 시신을 꺼내 도륙하는 만행까지 저지른다.

올바른 학자는 권력에 부화뇌동하지 않았다. 목숨을 버릴 수는 있어도 불의에 동조하지도 않고 잘못을 옳다고 칭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학자의 기개였다.

남한산성에서 청군과 대항했을 때 청음 김상헌(淸陰 金尙憲. 1570∼1652)은 척화론을 폈다. 유서까지 써놓고 영의정 최명길이 작성한 항복문서를 찢으며 울부짖었다. 청음은 항복이후 심양으로 압송되어 갖은 고초를 다 겪었으나 학자의 의지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옥에 갇혀 있는 가운데서도 오랑캐의 만행을 꾸짖었다.

충남 청양에서 일제에 항거한 최익현은 유림의 거두였다. 의병을 일으키려다 체포되어 대마도로 압송되어 옥에 갇혔다. 음식을 먹지 않고 단식 절사의 길을 택한다. 반성문을 쓰면 석방하겠다는 일제의 요구를 거부했다. 면암의 순국은 ‘선비는 시류에 영입하지 않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을 보여준 것이다.

민족사학자 신채호 선생은 청원 낭성이 고향이다. 산동(山東)이라고 불리는 낭성은 일찍이 송시열이 화양동에 은거했을 때 교환을 제안했다는 일화도 전해 내려온다.

단재는 학자로서 평생 불의에 굽히지 않는 기개를 보여 주었다. 오산 학교 교사 시절 아침에 세수할 때 머리를 굽히지 않고 꼿꼿이 선채로 세수를 하여 옷이 다 젖었다는 일화가 있다. 일제의 강점에 저항하여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제자들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조선 유교사회에서는 재상에 거명되는 인물에 대한 토론이 무척 활발했다. 예조에서 세 명을 복수로 추천하면 임금은 우선 간원들에게 인물을 포폄해달라고 주문한다. 간원들은 후보자들의 과거행적, 저서, 가정사 그리고 언행을 수집하여 임금에게 보고하게 된다. 조상은 물론 장본인의 행적이 낱낱이 수집되어 공론화되는 것이다.

만약 과거에 인륜에 반한 행동이 찾아지면 조야가 시끄러웠다. 목민관으로 있을 때 뇌물수수 범죄나 백성들을 괴롭게 한 일이 있으면 조야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학자들은 장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했다.

도올 김용옥 전 교수가 민주당 이 후보를 만나 ‘하늘이 낸 사람이다’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이비어천가는 도올의 학자적 무게에 반한 실망스런 코멘트였다.

인사치레의 덕담이긴 했으나 공자 맹자를 연구하고 실천 덕목을 중요시해 온 동양철학자의 자세는 아니다. 격려는 하되 인신공격과 이전투구로 흐려진 대선 현장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포퓰리즘을 지양하고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에게 이익이 되는 지도자가 되어달라고 왜 못했을까.

우리 사회 무너진 인륜을 일으키며, 오만을 버리고 항상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지도자가 되라는 말은 왜 못했을까. 권력을 잡으려는 이들에게 도올마저 올바른 소리를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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