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246개 지역구에서는 927명의 총선주자들이 정신없이 뛰고 있다. 예비후보와 정식 후보 등록절차를 마친 총선후보들이 일으키고 있는 전진(戰塵)이 도처에서 퍼지고 있다. 비록 제19대 총선거의 법정 득표활동은 오늘부터 시작됐지만 예비후보 때부터 표 사냥에 나섰던 후보들과 정당들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총력전의 자세로 나오고 있다.

지난 선거 때와 유사하게 이번 4.11총선에 나선 후보들의 면면도 천태만상이다. 전과자. 병역불이행자. 세금 체납자 등이 적지 않은가하면, 병역미필. 탈세. 전과의 3관왕도 존재한다. 그리고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 16번째 도전하고 있는 ‘선거병자’도 없지 않다. 그에 훨씬 미달하지만 우리지역에 있어서도 청주시 흥덕갑 선거구에서 4전5기(四顚五起) 하려는 오뚝이 인생도 눈에 띈다.

‘정치를 망치고 있는 장본인들’이라며 국회의원들을 욕하면서도 총선 때만 되면 너도나도 금배지를 달아보겠다고 달려드는 세태는 무엇을 뜻하는가. 학자들은 이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와 선거제도가 빚고 있는 정치풍토병이나 난치병으로 진단한다. 선거가 있게 되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덤비는 병세가 도지는데 그 대표적 선거병으로 국회의원병과 대통령병을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욕망의 기저에는 금배지를 달았을 경우 개인의 명예획득과 가문의 영광이라는 성취감이 우선 모두에게 존재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과 국가발전 등에 기여하는 일은 그 다음의 문제다. 다시 말하면 개개 헌법기관으로서의 권한과 특혜를 누려 보겠다는 욕망이 총선가도에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것이다.

그러면 국회의원에게는 어떤 권한과 특혜가 있는가. 여기서 그것들을 모두 열거할 수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권한은 국회구성원으로서 법률제정권. 예산심의권. 국정통제권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특권으로서는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 발언.표결에 대한 면책특권이 보장된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알짜 특권은 따로 있다. 비판자들은 ‘입으로만 사는 한국 국회의원’의 특권이 무려 200여개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그 예로, 월평균 월급 941만원(연봉 1억1300만원)에 △기본급(봉급)에 해당하는 일반수당 월 520만원△매월 입법활동비 180만원△가계지원비 86만 여원, 관리 업무수당46만원△특별활동비+상여금+정근수당+명절 휴가비=연간 1144만원△국회의원회관 내 사무실 제공과 의정활동지원 보좌진 최다9명의 급여 지급△KTX 및 국유철도와 선박 항공기 무료 사용△후원회 조직 매년 1억 5000만원까지 정치자금 모금 등이 허용된다. 여기에다 공항 귀빈 주차장 이용. 보안검색 간소화와 신속한 출입국 수속 등의 편의가 제공된다. 임기 후에는 매월 120만원이 지원된다.

이처럼 국회의원 한 명에게 들어가는 예산은 매년 6억 원에 가깝다. 이처럼 각종 특혜를 받는데도 국회의원들이 헌법과 법률상의 의무를 다해왔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우리 ‘금배지 나리들’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드물 것이다. 헌법상의 의무인 청렴의무. 국익우선의 의무. 지위남용의 금지 의무 등은 지켜지지 않은 채 당리당략과 각종 이권에 함몰되어 사법적 제재를 받기 다반사였다. 성추문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망신을 자초했다. 얼굴이 두껍고 염치없기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존재들이다.

18대 국회의원 1인당 670개 법안에 투표를 하지 않았고(경실련 분석), 국가예산안 심의는 여야의 당파적 대결로 회기 말에야 가까스로 졸속 처리되는 구태를 반복해 왔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수를 한 명 늘려 300명을 뽑도록 여야가 야합했다. 국민들이 밉다 밉다 하니까 한 술 더 뜨는 행패를 부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국회와 국회의원을 보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독한 마음을 먹고 불량 개연성 후보와 당파이익 우선의 정당에게는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 이를 잊고 한 표를 행사하면 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