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욱(58) 충북예총 회장은 장남수 전 회장에 이어 2009년 2월 25일 제21대 충북예총 회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3년 여 동안 충북지역 예술계의 수장을 맡고 있다. 시원시원한 인상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1988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한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충남흑백사진연구회 회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청주지부 부지부장, 충북교원사진연구회 회장, 한국흑백사진페스티벌 집행위원장 등을 맡으며 사진작가로서의 위상을 떨쳐왔다.
작품 활동도 활발해 개인전 2회, 국제미술제 초대전 7회, 국제교류전 4회, Group전 120여회를 가졌으며 ‘흑백사진의 이해’·‘The Zone System’·‘사진(Photography)’ 등 사진 교재도 세 권 발간했다. 미국인명정보기관인 ABI(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에도 이름이 등재돼 있다. 현재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Zone5 흑백사진연구회 지도위원, 충북장애인사진연구회 지도위원, 충북척수장애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사진작가협회 학술교육부과부위원장 등 대외 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 문 회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충북문화재단, 충북예총의 숙원 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 문상욱 충북예총 회장.
Q. 충북예총은 어떤 단체인가.
A. 충북예총은 1957년에 창립돼 50여 년이 넘은, 역사 깊은 단체다. 지금 사진·음악·미술·건축·영화 등 사단법인체로 10개 협회가 있다. 그리고 청주예총을 비롯해 충주·제천 등 11개 시·군에 지부를 갖고 있다. 회원은 6천 여 명인,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전문 예술인 단체다. 2008년에 50주년이 돼서 예총 50년사를 집필하고 타임캡슐도 묻었다.
연극협회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네 번 받았고 무용협회는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 국악협회도 전국민속예술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네 번 받는 등 충북의 예술문화를 대외적으로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다. 또 예술인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2009년 2월 25일 제21대 충북예총 회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충북예총 회장을 지내며 성과나 보람은.
A. 내가 회장에 당선되면서 ‘예술로 생동하는 충북예총을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시작했다. 선배들이 50여 년 동안 충북예총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예총을 이끌어왔다.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좀 더 열심히 하도록 뒷받침해주고 도민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그 중 청풍명월예술제가 매년 열리고 있는데 그것을 좀 더 다양화시키고 도내 각 지역에서 공연·전시해 모든 도민이 함께 즐기며 느낄 수 있도록 해왔다. 또 예술이 계속 발전하려면 꿈나무가 커야 한다. 그런데 꿈나무 축제가 부족한 편이었다. 그래서 기존 효 한마음 축제에 덧붙여 청소년예술제를 복원시켰다. 효 한마음 축제가 생활예술이라고 한다면 청소년예술제는 순수예술을 지향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순수예술과 생활예술과의 밸런스를 맞추도록 했다. 또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지역 작가들이 외국에서 전시·공연하고 외국 작가들도 여기로 와 전시·공연하게 해 문화예술 교류를 더 활발하게 하고 있다.
Q.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충북문화재단이 수행하는 역할은.
A. 문화재단은 도가 출연한 재단법인인데 그동안 도에서 지원·기획하는 사업을 관에서 민으로 넘기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하던 일을 재단의 전문가가 시행하는 것이다. 전국 시·도에서 문화재단을 만드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충북에서도 지난해 12월 여러 가지 어려운 산고 끝에 문화재단이 창립돼 앞으로 많은 문화예술 활동과 작가들에 지원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문화재단이 잘 운영된다면 우리 예술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도민들에게도 다양한 사업으로 예술을 피부로 느끼고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Q. 충북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사업과 지역협력형 공모사업의 지원 대상 선정에서 특정단체가 기금을 독식했다며 심사 과정에 공정·전문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제기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A. 재단의 첫 번째 사업이 문화예술진흥기금이다. 기금의 이자와 정부 보조금을 합쳐 약 7억 원 정도를 예술인들에게 공모로 지원했다. 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성과 심사의 전문성이다. 재단에서 심사위원을 위촉해달라고 해서 위촉해줬는데 사진·무용·국제교류·종합예술 쪽에 예총이 선정해 준 심사위원이 위촉되지 않았다. 또 사진·영화를 묶어서 영화 전문가들이 사진을, 무용·연극을 합쳐서 연극 전문가가 무용을 심사했다. 전문성이 결여됐다. 첫 번째 사업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담당자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번엔 지난 20일 약 6억8천400만 원 정도를 공모로 지원하는 지역협력형 사업이 발표됐는데 연극·국악·미술 분야에서 충북예총 소속 단체들이 단 한 팀도 선정되지 않았고 특정 단체에서 모두 선정됐다. 우리로서는 상당히 편향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얘기했더니 심사를 문광부의 인력풀에서 했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했다.
그런데 사업 초기 설명회 때 보고서와 인터뷰만으로 심사한다면 실제로 사업을 수행 능력이 있는 사람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의 심사위원도 절반 정도 필요하다고 당시 참석했던 문광부 지역협력관이 권고했다. 그럼에도 담당자는 이를 무시하고 심사위원 19명 중 2명만 지역 인사로 배정했다. 그러다 보니 응모 단체의 특성, 사업 수행 능력 등을 잘 따져보지 못하고 계획서나 인터뷰만으로 판단하니까 특정 단체에 많이 되지 않았는가 생각해서 상당히 마음 아프다. 재단의 이런 사업과 심사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다면 재단이 꼭 있어야 되겠는가. 문화재단이라면 도민과 예술인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공정하게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 문 회장이 본보 신홍균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Q. 그런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생각인가.
A. 재단의 지역협력형 사업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 지난 24일 충북예총 상임이사회를 긴급히 열었다. 그래서 사업의 재심사, 공정성이 결여된 재단 대표이사와 팀장 사퇴, 재단의 실질적 책임자이고 이사장인 이시종 도지사의 사과 등 세 가지를 결의하고 2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만약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첫째, 문화재단이 지원하거나 선정되는 사업은 모두 반납하고 행사를 중지하기로 했다. 두 번째로 충북예총이나 10개 협회가 충북도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모두 반납하고 모든 예술행사를 중지할 것이다. 세 번째는 다음달 3일 도청에서 충북예총의 모든 예술인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다.
Q. 충북예총의 올해 중점 추진 사업과 숙원 사업은.
A.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외된 지역과 같이 하는 청풍명월예술제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주제는 ‘투게더’로 정했다. 예술을 같이 향유하고 나누며 같이 느끼는 예술제가 되도록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리고 그동안 해외 교류를 내몽고와 많이 해왔는데 올해는 충북도가 자매결연한 흑룡강성 하얼빈에서 무용단과 국악단 공연을 열어 충북의 우수한 예술을 보여줄 생각이다.
또 충북엔 예술문화 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하다. 공연장·전시장도 별로 없어서 전시 시즌이 되면 예술가들이 전시장을 구하느라 여기저기 동분서주한다. 예술가들이 공연·전시하고 도민들이 언제나 쉬며 정보를 얻고 예술도 배울 수 있는 복합문화센터를 갖는 게 숙원이다. 그래서 이시종 도지사에게도 여러 번 얘기했다. 머지않아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을 결집해야 할 것 같다.
Q. 예총 회원과 도민들과의 소통은.
A. 예술인들은 결국 예술로 도민과 소통해야 한다. 전에는 전시를 해놓거나 공연장, 연주회, 음악회를 마련해놓고 오라 했지만 앞으로는 소외된 곳을 찾아가서 공연·전시를 할 것이다. 지난해 청풍명월예술제 주제가 ‘나눔’이었다. 그래서 소외된 지역에서 공연하고 전시도 했다. 예술가는 항상 예술을 통해서 도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예술가끼리는 장르를 넘어 자주 교류하고 그런 장을 마련해 서로 발표도 하며 다른 장르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Q. 회원과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A. 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많이 고심하면서 작품을 만든다. 그런 작품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봐주면 좋겠다. 또 작가들은 도민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와 도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예술세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