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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反轉)의 명실상부
오병익  |  obi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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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17  10: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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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아빠와 고기를 먹으러 갔다. / 고기 집이 허름해서 실망했다. /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바닥도 끈적거렸다. / 청소를 자주 안하나 보다. / 고기가 맛있어 3인분 쯤 먹었다. / 상추는 사장님께서 직접 키운 거라고 하셨다. / 조금만 더 깨끗하면 손님이 많을 텐데…/ ‘형세가 반대로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어린 눈으로 담아 낸 솔밭초 4학년 서민우 일기 ‘반전 고기 집’ 이다.

4.7 재·보궐선거 후 정치 판세 변화가 일고 있다. 정치권, 여·야 함께 수장 급 교체에 분주하다. 정부는 국무총리와 장관 넷, 더불어민주당은 경선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바꿨고 국민의 힘 또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을 내달 11일로 확정한 상태에서 원내대표 먼저 뽑았다. 청와대도 예외는 아니다. 정무수석과 공무원 1급 상당 대변인까지 새 인물을 영입했다. 검찰 역시 ‘김오수’ 총장 명패 만들기로 바쁘다.

그냥저냥 넘어갈 줄 알았던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은 순탄치 않았다. 후보자와 가족 자녀, 상생을 훼손한 얼룩에 쩔쩔맸다.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했냐?’다. 보통 사람들 분별력조차 흐려놓고 말았다. 도덕성 쯤 헌신짝처럼 팽개친 채 질서와 공정은 약자만의 족쇄였음이 안타까웠다. 대통령 항변 ‘망신주기’에도 불구하고 오죽했으면 여당 초선의원들까지 손사래 쳤겠는가. 1순위 흠결자는 꿈쩍 않는데 해수부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를 두고 설왕설레다. 어떤 시그널일까.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 송부 요청결과 예상대로 국회 여당 단독 서둘러 방망이를 두드렸다.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화 일성에 내심 당·청 합작품을 기대했으나 ‘여성할당, 법적 문제없음’ 등 궁색한 변명은 ‘국민 표심 엄중 수용’ 반성문까지 현란하게 비틀었다. 결국 긴 호흡으로 견인 될 보장성 묘수를 택한 거다. 유능한 인재는 널렸어도 양심과 덕망을 갖춘 경우가 드문 탓일까. 정작 ‘캐고 또 캐도 미담만 나올 후보자 군(群)’과는 시야에서 멀 뿐, 아무리 적폐청산 칼날이라도 제 살 깎기엔 무디다는 리스크를 떼 내기란 그렇듯 민망함 쯤 이겨 내야할 과정으로 보인다. 자치동감은 ‘발이 차면 심장 먼저 상 한다’ 했다. 내시경을 들여댄들 왠지 미덥지 못할 판국에 명실상부(?)한 어깃장으로 무슨 약발을 기대하랴. 애초 떳떳하면 엎드릴 이유가 없었다.

◇ 과수원 길 갓끈

처음 잔을 돌릴 땐 제 정신이지만 건배 횟수를 늘리다 보면 생각 않던 주사(酒辭)만 난무한다. 대통령 임기 내내 적폐 청산에 팔 걷으면서 왜 하필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 벅을 깔끔하게 넘지 못한 후보자를 장관으로 끌어 올렸을까. 자칫 취중 분위기처럼 본말 전도로 ‘과수원 길 갓끈’ 의혹만 키울 수 있으니 다들 입을 닫는다. 물론, 절차상 하자는 없으나 정치 개혁 레시피를 자성해온 리더십 반전은 혼란스럽다. 에둘러 어른들 잊고 사는 걸 깨우쳐준 ‘반전 고기 집’ 일기,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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