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병찬씨

5월은 가정의 달. 이 세상에는 여러가지 기쁨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기쁨은 가정의 웃음이다. 그 다음 기쁨은 어린이를 보는 부모의 즐거움이다. 이 두 가지 기쁨은 사람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다. 페스탈로치 명언이다.

코로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단절의 사회가 된지 오래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 4대가 같이 살면 불편함이 없지 않을까? 세대 차이서 오는 생각의 차이, 그로 인한 갈등, 소통 장애, 스트레스 등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청주 푸르지오캐슬아파트에 4대가 함께 사는 신병찬씨(71·108동 903호) 가정을 만나자, 노파심에서 오는 기우일 뿐이다. 신씨는 5월 가정의 날 맞아 4대 가정 취재를 제의하자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긴인데, 그런 것이 화제가 되냐. 쑥쓰럽고 창피하다"며 거절했다.

삭막한 핵가족 사회에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며 설득하자, 마지못해 응했다.

그는 청주시 북일면 구성2구 신화동 출신이다. 빈농 외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은 5남매 중 2둘째이다. 400평 논이 있었지만 작은 아버지가 팔아 넘겼다. 결혼 1년만에 군에 입대 후 '불귀의 객'이 되었다.

이렇다 할 재산이 없는 농촌에서 유족연금으로 외아들을 홀로 키우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모친은 20대 초반에 결혼해 남편과 1년을 산 후 평생을 홀로 버틴 '아들 바라기'이다.

신씨는 '아버지'란 세 글자만 나와도 낯설고 눈물이 난다. 아버지 얼굴조차 모른다. 2살 무렵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했기 때문이다.

북일초 졸업 후 가정 형편상 진학도 포기해야만 했다. '가난은 불편한 거지, 창피한 게 아니다'며 마음을 다잡고 일했다. 영업용 택시, 금호전자대리점 직원 등을 하며 결혼 자금을 마련했다. 22살 때 부인 유채현씨(70)를 만나 1975년 결혼했다. 자녀는 2남을 두고 있다. 결혼 후 커튼 가게를 운영해 경제기반을 다졌다.

신씨는 성격이 매사 긍정적이고 밝다. 이웃간 소통도 잘 한다. 술도 좋아해 친구들 사이 인기도 좋다. 부부 금슬이 좋기로 주민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부인은 지금 청주시에서 여성의류 전문점 '코인'(남문로 97번지)을 운영하고 있다. 신씨는 매일 오전 상점을 출근해 청소를 하는 '셔터 맨'이다. 그러면 부인이 손님을 맞이한다.

큰 아들 신영균씨(48)는 2003년에 결혼해 딸(신정인·18) 하나를 두고 있다. 큰 아들은 대학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청주시 용암동에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했다. 요즘은 부동산 전업을 준비하고 있다. 손녀는 청주 대성여고 1학년이다. 학업성적이 우수해 영어경시대회서 1등을 차지했다. 장래 희망은 외교관이다.

어머니(연순홍·94)는 식사도 잘해 건강한 편이다. 청소와 반찬 등 집안 일도 거둔다. 아침, 저녁으로 소주 1잔 반주도 즐긴다. 치과 한번 가지 않을 정도로 치아도 튼튼하다. 하지만 기력이 쇠약해 무릎 이상으로 잔 병 치레를 한다.

70대 노부부가 구순의 어머니 수발을 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식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 잘해드린 게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요양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다. 노부모 모시기 힘들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보내는 게 다반사다. 자식은 부모 그림자 밝고 자란다. 부모가 하는 행동을 자식이 보고 자란다. 효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자욕양이 친부대(子欲養而 親不待) 왕이불래 자년야(往而不來 者年也) 거이불견 자친야(去而不見 者親也)" 자식이 효도하고 싶어도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고 떠나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부모이다.

효도는 무슨 거창한 게 아니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 자주 통화하고, 만나서 식사라도 한 끼 하는 것이 효도이다. 지금이라도 부모님께 간단한 안부 전화라도 해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