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60)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은 지난 9일 취임식을 갖고 교원대의 제9대 총장에 올랐다. 대전 출신인 김 총장은 한국외국어대와 미국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교원대 교수로 재직, 교수협의회장과 제2대학 학장을 거쳤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이상국가론’·‘페어 소사이어티’·‘한국민주주의의 기원과 미래’ 등 다수의 저서를 비롯해 ‘자유주의와 공정한 사회’·‘헌법과 정당정치’·‘대의민주주의와 공론정치’·‘보수주의와 민주주의’ 등 다양한 논문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해오고 있다.

‘대학교수’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는 근엄함이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김 총장에게선 그런 딱딱한 이미지보다 마음씨 좋은 동네 선생님 같은 인상이 더 많이 풍긴다. 둥글둥글한 인상에 격의 없는 말투가 그런 점을 부각시키며 상대하는 이를 편하게 해준다. 한국 교육의 중심지로 학교를 리모델링하겠다는 김 총장을 만나 취임 소감과 교육 철학, 공약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 김주성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Q. 지난 9일자로 일반사회학과 교수에서 한국교원대학교 제9대 총장에 올랐다. 취임 소감은.

A. 총장에 취임하고 나니까 취임 전 학교를 어떻게 이끌겠다고 생각했던 자신감이 사라지고, 많은 분들의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니까 이제 줄기를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현실감이 다가와서 오히려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정확한 길을 가야겠다는 다짐들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Q. 대학원 과정을 개편해 첨단교육대학원 I-Graduate School을 세우겠다고 했다. I-Graduate School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진행 상황은.

A. 지금 정부는 스마트 교육 시대를 열기 위해 2015년까지 2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 1차년도가 지난해에 지났고 이제 2차년도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준비 기간이다. 우리는 교육부의 계획에 직접 연루돼 있지는 않지만 새 시대를 맞아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1년에 교장·수석교사 각각 1천800명 연수를 하고 있고 대학원생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는 교사가 3천500명이나 된다. 또 3천명 가까운 학부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새 시대를 이끄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중 스마트 시대를 운영하는 교사를 양성해야 하는데 그걸 I-Graduate School에서 하려고 한다. 교육부와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모양을 잡아가려 하고 있다.

Q. 현재 MB 정부 하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은 어떻다고 보는가.

A. 나는 민주주의를 좀 더 큰 시각에서 보고 있다. 2008년 영국 이코노믹스지에서 완전한 민주주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 전에는 불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됐다. 주요 평가지표는 선거 민주주의다. 한국의 선거는 공정하고 선거 결과가 국민들에게 수용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됐는데 우리 마음은 좀 더 급하다. 좀 더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데 나는 민주주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아가고 싶어 하는 건 시민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결정 과정이 좀 더 시민화되고 질 높은 민주주의로 가고자 하는 속에서 많은 불만들을 갖고 있다. 그건 새 시대의 문제이지 이 정권이 지난 정권보다 민주주의가 더 후퇴했다는 판단으로 봐서는 안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본궤도에 접어들었고 그런 상태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우리 모두의 문제로서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사회문제인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무엇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A. 궁극적으로는 교사들의 교육 의지에 많이 좌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5·31 개혁 이후에 학습자 중심으로 교사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학생의 권리를 드높이는 쪽에서 교육 개혁을 진행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교사들의 권위가 많이 약해졌고 그와 더불어 교사들의 교육 의지가 상당히 흐트러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있다.

물론 현 시대가 과거와 달리 개인·유목화돼 있기 때문에 갈등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닥칠 문제이고 선진국에선 이미 닥쳤던 문제이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풀려면 좀 더 교사들을 사회에서 믿어주고 교사들은 책임 있게 열의를 다 해서 교육현장을 장악, 학생들을 이끈다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현대 교육과 유교는 어떻게 화합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A. 나는 추구하는 바는 같다고 생각한다. 유교의 전통적인 가르침은 남을 먼저 인정하면 내가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현대는 내가 중요하니까 그런 만큼 남도 귀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양식이다. 결국은 상호 존중하게 하는 것이 목표인데 출발점이 다르다. 궁극적으로는 상호 존중하는 사회 건설이고 이 부분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과거에 남을 먼저 인정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훼손됐다면 지금은 나의 특별함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까 남에 대한 배려가 약화된 시기에 와 있는 것이다. 각각 교육 방법에 약점들이 있는데 서로 보완돼서 남을 배려하는 유교의 정신을 잊지 않고 나의 귀중함을 부각시킨다면 현 시대의 교육·사회문제를 풀어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

Q. 부총장제 도입과 학교발전기금 200억 원 유치 방안은.

A. 부총장은 설치령에 규정돼 있다. 지금 조직 개편안을 짜고 있는데 4월 말이면 통과될 것이다. 그러면 즉시 교수부장을 부총장으로 모시도록 마음을 먹고 있다. 부총장이 대외적으로 상징적인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어서 협상력 등이 많이 커지리라 기대한다. 발전기금 200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우리가 교육의 중심으로서 제 역할을 한다면 많은 독지가·기업들이 돕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Q. 직원·학생들과 소통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A. 내가 소통이라고 하면 주로 쌍방향의 소통을 많이 얘기하는데 내 생각에 소통은 결국 듣는 것이다. 우리말에 ‘총명’이라고 있는데 앞의 글자가 ‘귀 밝을 총’이고 뒤의 글자가 ‘눈 밝을 명’이다. 많이, 정확히 듣는 게 우리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의 제일 전제는 듣는 것이다. 부처의 귀가 그렇게 큰 것도 잘 듣고 훌륭한 지혜를 만들었다는 상징으로 느껴 많이 듣고 적게 말하려고 한다. 학생·직원들의 말을 많이 들으려 한다.

Q. 건강관리 방법과 가족 관계, 평소 좌우명은 무엇인가.

A. 건강관리 방법은 따로 없고 편히 쉬며 자는 게 전부다. 남들이 운동을 많이 하라고 그러는데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가족으로는 아내와 아들, 딸이 있다. 애들은 다 잘 커서 지금 사회활동을 잘 하고 있고 아내도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 얘기를 많이 나눈다. 좌우명은 내가 유교에서 받았던 겸허함이 많이 배어있고 그걸 굉장히 아름답게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강직함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Q. 학생·지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A. 우리 학교 이름에 ‘한국’이 들어있기 때문에 항상 중앙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찌 보면 그게 지역의 긍지가 될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지역민들과 융합이 많이 안 돼 있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제 세종시도 내려오고 하니까 여기가 우리나라의 지역적 중심 뿐 아니라 행정·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우리는 거기 덧붙여 교육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세우려 노력한다. 지역민들도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잘 받아들여 교육·문화·행정의 중심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고 우리나라 발전에 같이 공헌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