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기만 하지 도통 내려올 기색이 없는 요즘 2천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조금 먼 곳에 가려고 택시를 타도 기본요금이 2천원을 넘는다. 교통카드 없이 현금으로 버스 타면 시내에서 왕복 한 번 하기에도 모자라다. 어지간한 간식거리 사기에도 벅찬 돈이며 운전자들은 연료 게이지가 눈곱만큼 움직일 양을 겨우 넣을 수 있겠다. 흡연자들은 이런 현실이 힘들어 담배나 한 모금 빨려 해도 2천원으로 살 수 있는 담배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톡 까놓고’ 말해서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2천원으로 한 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 10월 31일부터 영업 중인 ‘엄마네 실내포장마차(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사창지구대 뒤편)’가 바로 그 곳. 이곳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칼국수 한 그릇을 2천원에 판다.

아무리 국수라고 해도 2천원이면 양이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냐 싶지만 그건 정말 기우다.

큼직한 그릇 속 하얀 국물에 담겨 당근 등 야채 고명과 김 가루가 얹어져 나오는 칼국수는 치아를 밀어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면발이 쫀득하고 쫄깃한 데다 어지간한 성인이라도 “어, 잘 먹었다” 하며 자리를 뜰 정도로 양이 넉넉하다.

여기에 시원하면서 담백한 국물에 밥을 말아 후루룩 들이키고 나면 그 순간은 어떤 산해진미를 눈앞에 들이대도 부럽지 않다.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용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물론 하루하루 식대가 걱정인 직장인과 주민들에게 아주 제격이다.

업주인 박종원(32) 씨는 전부 국산 재료를 쓰고 국물도 이 집 만의 방식으로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멸치를 비롯해 빈주리(서해에서 잡히는, 멸치보다 조금 큰 생선), 다시마, 무, 파, 양파 등을 넣고 끓입니다. 거기에 비법 재료 한 가지가 들어가는데 약재 종류라는 것만 알고 그게 뭔지는 저도 몰라요. 어머니(송선옥·56)께서 주방을 맡아 음식을 만드시는데 제가 장가 가면 며느리에게 알려주시겠다며 안 가르쳐주세요. 하하.”

주방이 크지 않아 직접 면을 치대지는 못하지만 믿을 수 있는 거래처에서 직접 면을 떼어오고 밑반찬인 김치도 손수 담가 제공한다.

“사다 쓰는 게 손으로 미는 것보다 두 배는 더 돈이 들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아 못 하고 있어요. 칼국수는 파는 시간이 지난 저녁에도 원하는 손님이 있으면 가급적 학생에 한해 내놓고 있어요. 돈 없는 학생들 심정을 잘 알거든요.”

칼국수 외에 술안주용 메뉴도 다른 업소에 비해 싼 편이며 추가를 원하는 손님을 위한 인심도 주인장의 후덕한 웃음처럼 푸짐하다.

학생들이 저녁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어서 오면 1만원 안팎의 안주 하나에 7~8명이 둘러앉아 먹곤 하는데 그럴 때면 박 씨는 하다 못해 라면 사리 하나라도 더 주곤 한다.

박 씨는 보통 음식가게들이 30% 정도 마진을 생각하지만 자기들은 20%를 밑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평일엔 새벽 2시, 주말엔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한다. 낮 3시까지 팔고 모자라는 잠은 대체로 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오후 6시까지 쪽잠으로 해결한다.

주위 사람들이 그 정도 밖에 못 벌면서 미련한 짓 한다고 하지만 박 씨와 어머니 송 씨는 학생들의 가벼운 호주머니 사정에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에 힘들어도 참는다고 한다.

송 씨는 “학생들이 남기지 않고 그릇을 비울 때가 가장 흐뭇하다”며 “나이가 있고 해서 긴 영업시간이 좀 힘들지만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엄마네 실내포장마차’가 충북대 학생들 사이에서 명물집으로 통하길 바라고 있다.

“오직 저렴한 가격과 입소문을 믿고 그 흔한 전단지 한 번 안 돌렸어요. 명함도 안 만들었고요. 지금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매출이 많진 않지만 한 번 왔던 학생들은 대부분 단골이 되고 있어요. 가게 이름에 ‘엄마’가 들어가서 그런지 올 때마다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종종 있습니다. 학생들과 어려운 이들을 위한 가게로 남고 싶어요.”

배가 고픈데 돈은 별로 없는 이들이여. 이곳 ‘엄마네 실내포장마차’를 찾아오시라. 넉넉한 인심으로 말아낸 푸짐한 칼국수가 여러분의 입과 마음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