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가다가
요란한 쇼윈도우를 기웃거리다가
젊은 애들 미니스커트를 흘끔거리다가
엄마 손 잡고 기우뚱대며 걷는
아기 모습을 보며 웃다가
동전 몇 닢을 앞에 놓고
연신 절을 하는 걸인 앞을 지나가다가
정말 생각지도 않게 당신이
화살처럼 머리를 스쳤다
전혀 낯선 사람이 한 분
지금 막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충북 보은 출생
▶1983년 『월간문학』
▶시집『아버지는 두릅나무 새순만 따고』『분리된 꿈』
『속초행』『하늘뜨락』
▶현 청주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