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숲에선
주연이던 나무와 풀들이
길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어스름에 흡수되어 고요히
엑스트라가 된다

굽이굽이 감도는 산길만이
공중으로 솟아올라
하얗게 도드라진다

사는 일에
번민의 숲 우거져
가던 길 잃을 때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그시 눈 감아 본다

울울창창 무성한 생각들을
어둠 속에 살며시 밀어 넣으면
어느새 안으로 눈이 열리고
그 앞에 선연히 펼쳐지는 길

▶2010 <문학광장> 수필 등단
▶2010 <문학광장> 시 등단
▶만해 한용운 시맥회 시 입상
▶좋은생각 생활문예 대상 입상
▶동인지<시와창작 작가들><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