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의 법적 근거가 될 조례 제정이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찬반 논란에 부딪혀 조례안 심사를 연거푸 보류하고 제정 추진에 주저하던 충북도의회가 안건 상정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거쳐 지난 15일 조례안 심사를 재개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면서 조례 제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16일 386회 임시회 1차 위원회 회의를 열어 '충청북도 전직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과 함께 입장문을 발표한 행문위는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론회, 법조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 이미 발생한 행정행위의 소급입법 적용 문제 등 여러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386회 임시회에서 관련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앞으로 법제처나 고문변호사를 통해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쳐 상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제정한 조례가 법률 위반이나 사회적 문제를 낳는 도민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행문위는 조례안 상정과는 별개로 청남대 동상 문제처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잘못된 안내문이나 전시물의 즉각적인 교체를 충북도에 권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은 충북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범위, 기념사업 제외 근거, 기념사업을 위한 위원회 설치·기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기념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조항을 둬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의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었다.

또 부칙에 조례 시행 이전에 추진한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은 이 조례에 따라 추진한다고 명시해 지난 5월 충북도의 동상 철거 결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하지만, 찬반 논란 속에 6개월 가까이 공전만 거듭하고 조례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례 제정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충북도의 동상 철거 계획 또한 추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는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런 곳에 별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1983년 대청호변에 조성됐다.

2003년 개방과 함께 소유권을 넘겨받은 충북도는 관광 명소화 사업을 추진해 전직 대통령 동상 10개를 세우고, 대통령 이름을 딴 테마길도 조성했다.

이들 동상과 테마길에는 1997년 반란수괴 등의 죄로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 등이 확정된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의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