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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테스형에 숨겨진 뜻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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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1  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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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신라시대 향가는 지금 열풍이 불고 있는 당대의 ‘트롯’이었다.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귀신까지 감동시켰다’는 기록이 전한다.

민중의 우상이었던 젊은 화랑들이 향가를 즐겨 불렀다. 화랑 충담사(忠談師)는 지금 인기 절정 트롯 가수 이상의 명성을 얻었다. 재미있게도 충담은 왕 앞에 나가 향가를 부르기도 했는데 안민가(安民歌)는 임금에게 임금다움을 주문한 것이었다.

충담은 향기로운 차를 끓여 바치며 임금을 꾸짖었다.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는 태평할 지니라‘라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신라 향가 속에는 은밀한 비유가 있었다. 전라북도 익산에서 숨어 살던 백제 왕자 서동. 신라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서라벌에 잠입 노래를 퍼뜨렸다. 밤마다 서방을 숨겨두고 밀회한다는 노래가 서라벌 안에 퍼지자 공주는 궁에서 쫓겨나게 되고 서동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었다.

원효스님이 지었다는 ‘몰가부가(沒柯斧歌)’는 은밀한 고백가였다. 스님이 요석공주가 과부가 되자 사랑하고 싶어 불렀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나에게 자루 빠진 도끼를 허락하겠는가?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으리라(誰許沒柯斧 我斫支天柱)’

단가(短歌) ‘강상풍월(江上風月)’은 산간에 숨어사는 선비들의 비감(悲感)어린 노래였다. 노래 가락에는 이미 사라진 신라향가의 잔영이 남아있다고 한다. 임금에게 버림받은 선비의 좌절과 유유자적한 심경이 묻어난다.

‘(전략)...백구야 날지 말라. 너 잡으러 내 안 간다. 성상이 날 버렸으니 너 좇아 예 왔다. 강상에 터 잡고 오두막집 지어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 베고 누었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할꺼나...(하략)...’

일제 강점기 시인 김영랑은 ‘영랑시집’에 ‘두견(杜鵑)’을 발표, 나라를 잃고 질곡에 신음하는 한민족의 슬픔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울어 피를 토하고 뱉은 피를 도로 삼켜 / 평생을 원한과 슬픔으로 지친 작은 새 / 너는 넓은 세상에 설음을 피로 새기려 오고 / 네 눈물은 수천 세월을 끊임없이 흐려 놓았다...’

요즈음 가황 나훈아가 ‘2020 대한민국 어게인’에서 부른 신곡 ‘테스형’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도 처음 노래가 시작 될 때는 ‘테스형‘이 가수의 지인인 줄로 알았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그리스 철인 소크라테스 였다. 노래는 중반이후 가슴에 와 닿는 가사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저 와 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가황은 왜 테스형을 그토록 안타깝게 찾은 것일까. 부정과 불공정, 반칙이 난무하는 소위 집권 민주세력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고언인가. 아니면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서민들의 삶을 비유한 것인가. 가황의 ‘테스형’은 화랑 충담사의 안민가처럼 시대의 아픔을 담은 것이어서 우리들 마음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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