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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의금부 될라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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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0  16: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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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왕명을 받아 죄인을 체포하고 때로는 사약을 들고 다니던 의금부 도사(義禁府 都事). 노란색의 전립을 쓴 이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의금부 도사는 정5품이었지만 준엄한 왕명을 집행하는 관리였기 때문에 눈에 살기가 등등했다.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 당하고 영월로 귀양을 간 17세 어린 단종을 교살한 것도 바로 의금부 였다. 당시 도사 왕방연은 왕명을 집행하기는 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받았다. 그가 단종을 죽이지 못하자 함께 간 노비 공생이 그 일을 자청한다. 그 자는 활시위에 갓 끈을 이어 단종의 목에 걸고 뒷문에서 잡아당겨 단번에 죽이고 말았다.

왕방연은 귀로에 유배지 청령포를 굽어보는 서강 변 언덕에 앉아 탄식어린 시를 지었다고 한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 고은 님 여의옵고 / 내 마음 둘 데 없어 / 냇가에 앉았더니 / 저 물도 내 맘 같아야 / 울어 밤길 애달프다

단종 복위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날 세조는 의금부에서 성삼문등 관련자를 체포하여 직접 국문했다. 세조는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고 크게 쓸 인재로 여기고 대우했거늘 어찌하여 나를 배반 하는가’라고 물었다.

성삼문은 ‘옛 임금을 복위하려 했을 뿐이요. 천하에 누가 자기 임금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있습니까. 어찌 이를 모반이라 말합니까. 나리(세조를 가리킴)가 남의 나라를 빼앗았고, 나의 군주가 폐위당하는 것을 보고 견딜 수가 없어서 그러는 것입니다.’

세조는 ‘너는 나의 녹을 먹지 아니했는가?’ 성삼문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상왕께서 계신데 나리가 어찌 나를 신하라고 하십니까? 또 나리의 녹을 먹지 아니했으니, 만약 나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내 가산을 몰수하여 헤아려 보시오’

성삼문이 능지처참 형을 당한 후에 집안을 뒤졌는데 세조가 내린 곡식은 하나도 먹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었다고 한다.

중전에서 평민으로 쫓겨났던 성종 비 윤씨는 사가에서 매일 궁중으로부터 환궁하라는 전갈이 오길 기다렸다. 의금부 도사 일행이 북을 치며 집 앞에까지 다다랐다. 이들이 참아 사약을 들고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윤씨는 몸단장을 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 왕명을 받는다. 그러나 왕명은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도사가 윤씨 앞에 펴 놓은 것은 사약 그릇이었다. 좌절 분노 비통과 저주로 몸서리 쳤던 윤씨에게 의금부도사들은 속히 사약을 마시라고 재촉했다.

야당의 극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범하게 되는 공수처에 대해 친여적이었던 한 변호사 마저 ‘공수처는 조선왕조시대 의금부다’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이제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1호 수사대상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여당이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패, 실업대란, 4.15 부정선거 시비, 검찰인사 후폭풍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차제에 공수처가 집권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무리한 수사를 한다면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후반기, 의금부를 통해 내리는 사약을 자신들이 먹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부.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대통령이 돼야 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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