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
칼럼칼럼
TV 동물원이장종 KBS PD
세종데일리  |  sjdaily@sjdaily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1.11.20  16:27:4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안방 텔레비전을 점령했다. 몰래카메라의 안방 침투, 가정폭력과 외도현장의 생중계, 선남선녀의 짝 짓기 게임, 비만 탈출 생존기 등 일상의 프라이버시 공간을 마치 스펙터클한 동물원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남의 안방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묘한 심리를 자극하면서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까지 확고한 편성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이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미 1980-1990년대에 구미에서 유행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된 포맷이기도 하다. <텔레비전과 동물원> 이라는 책의 저자 올리비에 라작은 스펙터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리얼리티 TV와 동물원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지적한다. 텔레비전이 멀리(Tele) 있는 것을 눈앞에 볼(Vision)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보면 야생을 길들여 구경거리(Show)로 만드는 동물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사람과 동물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훈련방식에 적응해 가며 구경꾼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크다.

작가는 리얼리티 TV와 동물원의 유사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TV는 이름이 없거나 무명에 가까운 일반인들을 내세워서 현실을 모사한 환경(무대)에서 전시하고 조련한다. 더욱이 전시물이 전시자의 의도에 따라서 자발적으로 자기연출을 하여 조작된 이미지를 구현하기도 하고, 조작된 이미지를 관객이 모방하고 흡수 해 버리기 까지 한다.

19세기 유럽의 동물원은 식민지에서 조련한 동물들의 출연으로 호기심에 찬 엄청난 인파를 끌어 모았다. 20세기 텔레비전이란 인간 동물원이 인간들을 유형화시켜 무대에 올려놓음으로써 개인들의 생활방식과 행동방식, 그리고 그들의 진짜 인체를 전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낯선 것과의 접촉이 주는 즐거움과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효시 <빅브라더>가 사람들을 몇 주 동안 브라운관이라는 우리에 집어넣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도록 한 것을 보면 TV는 분명 잘 훈련된 영장류의 재주 넘치는 동물원과 다름없다. 문제는 TV의 리얼리티가 ‘현실’이 아닌 좀 더 교묘하게 잘 꾸며진 ‘재현’이라는 점에 있다.

앞서 지적한 책 <텔레비전과 동물원>의 저자가 보는 리얼리티 TV의 문제점도 그와 다르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표면적인 문제점들에 불과하며, TV의 리얼리티 스펙터클에서 문제가 되는 건 사람들을 동물처럼 다룬다는 점이 아니다. 문제는 전시된 동물과 마찬가지로 잘 짜여진 이미지에 맞춰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특히 리얼리티 스펙터클은 자유롭고 다양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환상을 심어주지만, 사실은 예견 가능하고 인위적인 현실을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리얼리티 TV의 스펙터클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부각시키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현실을 다듬고, 유형화와 분류가 가능한 틀에 박힌 표본들을 제시하며, 관객은 자신을 그 표본과 동일시하거나 구분지음으로써 리얼리티 TV에 길들여지게 된다는 것이다. 관객이 동물원(인간 동물원)에 갇힌, 야수성을 잃은 맹수(원주민)에 길들여지듯 리얼리티 TV가 제공하는 야생성을 잃은 현실인 모조 현실에 길들여지며 동물원의 동물을 보고 맹수를 보았다고 착각하듯이 모조 현실을 현실로 착각한다는 지적이다.

저자가 이 점을 리얼리티 TV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래선지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다시 보게 된다. 어떤 프로그램은 ‘야생’ 버라이어티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야생’은 브라운관 밖에서 제멋이 나는 법이다.
 

< 저작권자 © 세종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세종데일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 114번길 66(사창동, 청주스포츠타운)  |  대표전화 : 043)273-2580  |  팩스 : 043)274-2580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충북 아 00065  |  등록일자 : 2011.08.24  |  발행ㆍ편집인 : 김태순  |  청소년보호 책임자 : 김태순
Copyright 2011 세종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jdail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