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혈관 조영술 시술 후 숨진 이모씨의 유족이 H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0년 뇌혈관 확장 수술 중 의료사고로 환자를 숨지게 한 뇌혈관 전문 청주시 금천동 H병원에서 올해 또 수술 뒤 환자가 사망해 유족들과 마찰을 빚는 등 구설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 병원은 숨진 환자의 지난해 첫 수술을 성공 사례로 홍보까지 한 상황이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간단한 시술’ 이틀 만에 사망

유족 민병도씨는 “어머니 이모씨(73)가 간단한 시술이라는 의사의 말만 믿고 지난달 23일 오전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1~2시간 걸린다던 시술이 4시간이나 계속됐다"며 "어머니는 수술이 끝난 뒤 두통을 호소하다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며 의료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씨는 “어머니는 지난해 7월 25일 이 병원에서 뇌출혈 때문에 뇌혈관 조영술을 받았고 한 달 정도 입원 후 건강을 회복하셨다. 당시 병원 측은 홍보지 10월호에 두 페이지에 걸쳐 성공 사례로 홍보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지난달 20일 정기검진에서 담당 의사가 시술 부위에 약간의 미흡함이 발견됐다며 간단한 시술이니 걱정 말라고 이번 시술을 강권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는 수술 전날 노래교실과 목욕탕에 다녀오실 정도로 건강하셨는데 이번 수술 후 돌아가셨다. 또 수술 당시 담당 의사는 수술 도중 스탠트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전문지식이 없는 우리에게 시술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유족은 “H병원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난달 13일부터 1인 시위를 벌이는데도 병원 측은 도의적으로 위로금 이외 어떤 책임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며 분개했다.

▲ 지난해 7월 이씨의 수술을 성공사례로 실은 이 병원 홍보지의 내용.

▶1년 3개월 전에도 유사한 의료사고

이 병원에서는 2010년에도 유사한 의료사고로 환자가 숨졌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그 해 12월7일 뇌혈관 확장 수술 중 의료사고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의사 양모씨(43)를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그 해 6월 21일 자신이 재직 중인 청주시 금천동 모 병원에서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의 뇌혈관 확장 수술을 집도하던 중 마이크로 와이어를 과다하게 움직여 혈관에 상처를 내 환자가 이틀 뒤 숨지도록 한 혐의이다.

경찰은 마이크로 와이어가 뇌혈관을 찔러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된다는 대한의사협회 감정에 따라 양씨를 추궁해 의료사고임을 시인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숨진 이씨의 유족들은 “어머니가 1년 3개월 전에 의료사고로 숨진 환자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사망했다”며 명백한 의료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그 당시에 위험요소를 설명했을 때와 이번에도 내용이 같은 수술이었고 그땐 백금코일을 채운 것이므로 이번엔 조금만 채우면 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경우 설명의무위반에 해당한다. 7개월 전 시술 당시 위험성을 알렸다는 게 이번 시술의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봐야 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