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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타령이라니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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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8  20: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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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당나라 시선 이백(李白)의 달사랑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 술을 같이 마실 진정한 반려가 없었던 것인가. 이백은 술독을 들고 달과 술을 나누겠다고 하며 동정호 물속으로 들어가 영영 나오지 못했다.

‘달 타령’은 전라도에서 남원에서 베틀가로 채집되는 것을 국악인들이 부르고 또 인기가수가 트롯으로 불러 국민가요가 됐다. 그러나 트롯가사와는 조금 다르다.

달아 달아 불근(밝은) 달아 /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 그저그 저 달 속에 / 계수나무 백혀 있구나 / 억수지둥 지둥에도 / 금도치로 다듬어서 / 어여쁘게 집을 지어 / 양쪽 지둥 높이 달아 / 천년이나 살아볼까 / 만년이나 살아볼까

전라도 민요 흥타령가운데 가장 가슴에 닿는 가사가 바로 달과 국화와 술 그리고 친구를 노래 한 대목이다. 세조때 비운의 왕자 월산대군(月山大君)의 시로 알려진 이 가사는 풍류가 넘쳐난다.

창밖에 국화를 심고 /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 술 익자 국화피자 벗님오자 달이 뜨네 / 아희야 거문고 정쳐라 밤새도록 놀아보리라

국화 향기가 그윽한 가을 밤. 술이 익자 달이 뜨고 때 마침 친구가 오겠다는 기별이 왔다. 서슬이 퍼런 세조를 피해 산간에 숨어 산 월산대군은 어린 여종을 시켜 거문고를 조율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았던 것인가. 흥타령은 민요가운데 가장 슬픈 곡조를 띠고 있다.

만월(滿月)은 소망을 비는 전지전능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보름날을 축일로 삼았다. 설날 다음으로 제일 큰 명절이라고 했던 정월대보름, 중추절도 가장 달이 밝은 팔월 대보름날이다.

만월이 뜨면 마을 동산에는 소원을 비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석교가 있는 곳에서는 답교놀이가 벌어졌다. 일 년 열두 달 만날 수 없었던 선남선녀들은 이날만큼은 자유를 얻었다. 거리낌 없이 어울려 상대를 찾았다.

신라 때 동해변에 표류하여 서라벌에 살게 된 아랍인 처용도 만월에는 밖으로 나와 밤새 춤을 추었다. 아랍인들의 전통적인 풍속에도 만월을 축일로 삼았던 것인가.

처용은 밤새 놀다가 귀가했으나 집에서 아내가 역신(疫神)과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한다. 그냥 밖으로 나온 처용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춤을 추었다. 처용의 대범함에 역신은 죄를 빌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민속놀이로 만든 것이 바로 처용무(處容舞)다.

북한이 또 한국 정부의 북미관계 선순환 추진에 대해 ‘달나라 타령‘이라고 비난하며 ’무지와 무능의 극치‘라고 비판한 것이다. ‘더러운 개 무리’, ‘삶은 소대가리’등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었던 북한이 이번에는 달나라타령으로 체면을 깎은 것이다.

DMZ 내 GP 총격 사건에 이어 막말에도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정부의 저자세에 불만을 터뜨리는 국민들이 많다. 민족의 정한을 노래 한 ‘달 타령’도 북한의 선전매체의 입에서 나오면 표독스런 언어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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