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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정국과 차도살인(借刀殺人)김춘길 주필 겸 대기자
김춘길  |  kck9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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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4  1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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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중국에서는 수많은 병법서(兵法書)가 운위되고 있지만 비교적 확실하게 전해지는 것으로는 춘추 오(吳)나라 손무의 저작이라는 「손자」. 전국시대 초(楚)나라 오기가 지었다는 「오자」.제(齊)나라 전양저의 작품이라는 「사마법」의 3서를 들 수 있다.

1941년 중국 합서성 빈주의 노점 고물상에서 필사본으로 발견된 병법 「36계」도 중국인들의 용병 구상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저작시대와 작자 미상인 이 병법의 제3계는 차도살인(借刀殺人 또는 借刀之計)이다. 남의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의 이 계략은 적을 죽일 때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명분도 세우고 적도 제거한다는 것이다. 차도살인은 사람을 죽인다는 과격한 표현을 하고 있지만, 그 진수는 협상의 수단으로서 타인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처세술을 가르치고 있다 할 것이다.

정치나 경제계 등에서의 협상 스타일을 보면,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사정없이 몰아세워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것처럼 하면서 얻고자 하는 것을 모두 거둬가는 사람도 있다. 험난하고 예측불허의 세태 속에서 비교적 현명한 협상자세는 상대방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주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처세술이라고 하겠다.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다른 기구나 사람을 이용하여 정적이나 반대세력을 제거해 나가는 정치권의 행태도 차도살인의 한 예라 할 것이다. 요즘 한국의 4.11총선 정국에서도 차도살인이 춤추고 있는 양상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총선후보 공천 작업을 들 수 있다. 공정성이란 명분도 있지만, 기실은 당실권자가 개인적인 원망을 가급적 피하면서 원치 않는 후보를 제거하기 위해 당내에 임시 기구 등의 시스템을 가동시켜 낙천자를 골라내는 행태가 바로 차도살인에 다름 아니다.

새누리당의 공천 작업을 ‘차도살인의 압권’이라고 평가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고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를 통해(친박 현역의원들도 일부 제거됐지만) 친이명박계 등 비박근혜계 인사들을 중점적으로 낙천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공천에 계파구별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탈락한 분들도 우리 당의 소중한 인재들이며, 또 앞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해주셔야 할 역할들이 많다”며 공천 결과 승복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대 총선 시 친박근혜계를 다수 낙천시켰던 친이계는 이번 공천을 ‘친박계에 의한 공천 보복 학살’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정치적 명암이 완전히 뒤바뀐 양상이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 전체가 유신의 그림자에 뒤덮인 채....새누리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한 개인을 우상처럼 받드는 사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라며 박 위원장을 비난했다.

민주통합당도 차도살인 시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강철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민주당 공천에 있어 현역의원 교체비율. 정치신인 비율. 단수후보 선정 비율. 경선지역 선정 비율 등 공천결과 통계표를 제시하며 대부분 지표상에서 새누리당 공천보다 앞섰다고 자화자찬 했다. 그렇지만 구민주계를 주축으로 한 인사들은 “친노계의 부활. 보복 공천. 밀실공천 등으로 국민의 지탄과 함께 구태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민주통합당을 탈당, 지난 12일 ‘정통민주당’을 창당했다.

차도살인지계가 완벽하게 성공하려면 상대가 완전히 제압되어야 하고 또 그 계략 수행의 주체가 가능한 한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4.11총선 여야의 공천 작업, 그중에서도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은 갑과 을의 관계가 너무나도 선명하여 ‘차도살인지계의 절반 성공작’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대명천지 민주정당사에서 100% 성공의 정치적 차도살인은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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