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희(52) '자연주의 된장예술' 대표는 비교적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 졸업 후 번듯한 직업인 방송국 아나운서가 됐으나 입사동기인 PD 출신 남편과 결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인 청원군 내수읍에서 새 삶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웬만한 집이면 대부분 사다 먹는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며 한옥을 손수 가꾸고 있다. 시댁은 600년 문화유씨 종가집이다. 대대손손 이어온 장맛이 좋기로 유명한 집이다

막내딸로 태어나 종갓집 종손인 남편을 만나 종부가 된 그는 아나운서 출신답게 나이 50이 넘은 지금도 단아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손수 밭을 일구고 메주를 띄워 간장과 된장을 담근다. 겉만 봐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는 2007년 청원벤처대학에 입학해 농업전문 CEO로서 역량을 키우는 등 연구·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그가 장류 사업에 뛰어든 계기, 전통 장의 우수성,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편집자

▲ 김종희 자연주의 된장예술 대표.

Q. 장류를 세상에 선보인지 얼마나 됐나.

A. 근 10년 가까이 됐다. 외지에서 생활하다 고향 집으로 돌아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 까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 장이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이 장을 세상에 표현해보면 어떠냐는 얘기를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었다. 내가 결혼하고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장을 담갔다. 물론 시어머니께서 시키는 대로 한 것이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방송국 아나운서였고 영어학원도 운영했다는데 장류 사업에 마음을 둔 계기는.

A. 남편이 종갓집 종손이다 보니까 고향 집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컸다. 항상 외지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래서 고향에 돌아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했을 때, 사실 장은 우리 식탁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제대로 된 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종갓집이다 보니까 해마다 장을 담그는데 그 맛이 좋다는 것도 큰 힘이 돼서 시작하게 됐다.

Q. 아무래도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A. 어떤 일이든 힘들지 않고는 열매 맺기가 어렵다. 해마다 장을 담갔다고 하지만 그건 집안에서 먹는 양이니까 적었다. 많이 담그는 해에는 세 말, 적게 담글 때는 두 말 장을 담그다가 양을 늘려서 첫 해에 열다섯 가마니를 했다. 그게 지금 생각하면 적은 양이지만 그 때는 굉장히 많았다.

그 많은 콩을 삶아서 메주를 쑤고 장을 담그고 가르고 하는 작업 중에서 적은 양을 할 때와 같은 맛이 나와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공정을 전통 방식 그대로 하는 것도 과제였다. 그래서 두 세 말 할 때의 정성을 그대로 쏟아 만들었는데 역시 시어머니께서 많은 부분을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실패한 적은 없었다. 열심히 노력하고 정성을 쏟은 만큼 제대로 된 장맛이 나와서 굉장히 흡족하고 재미도 있었다.

Q. 자연주의 된장예술이 다른 장보다 나은 장점은.

A. 차별점이라고 하긴 그런데 우리 장은 가장 좋은 콩을 선별해서 쓰고 있으며 국산콩 100%로 이뤄진다. 전통 방식 그대로 이것저것 넣지 않고 가마솥에서 100%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Q. 서울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고 전국에 택배 판매도 하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A. 일단은 옛날에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장맛이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까 그 맛까지 간직하고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어머니가 해주던 맛이라며 좋아해주고 나이 든 어르신들은 전화로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그동안 평생 장을 담가 먹었는데 나이 들어서 아파트로 주거를 옮기다 보니까 장을 못 담그다가 우리 장을 만나고 옛날 본인이 담가 먹던 그 맛이라며 칭찬하고 오래 해달라며 격려도 해주신다. 그럴 때 정말 힘이 된다.

Q. 대한민국 명인명품 대상 시상식에서 우리것 보존협회로부터 발효 부문 명인대상을 받았는데.

A. 2009년에 대한민국 명인대상에서 상을 줬다. 열심히 한 결과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부족한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도 생각하고 있다.

▲ 김 대표가 본보 신홍균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Q.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정도지만 전통 장의 우수성을 재차 강조한다면.

A. 일단 장은 식탁의 기본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장에 대한 말이 굉장히 많다. 말 많은 집 장맛이 쓰다는 말도 있고 장맛이 좋아야 그 집안이 흥한다는 얘기도 있는 등 장에 얽혀 전해지는 말들이 정말 다양한데 일단은 건강을 책임지는 기본 요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발효식품으로 크게 장과 김치가 기본인데 김치의 경우 세계인의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은 강한 냄새 등의 이유로 그게 어려웠다. 우리가 치즈나 요구르트 등을 우리 음식으로 받아들였는데 그것들도 다 발효식품이다. 와인 등 세계적인 음식은 다 발효식품이다. 우리 장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우리 국민의 건강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나 하는 큰 생각도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전통 방식으로 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고수하면서 양을 더 늘리고 많은 이들에게 장다운 장을 맛보이고 싶은 게 첫 번째 바람이다. 두 번째는 이곳이 뒷산도 있고 터가 넓기 때문에 장류 박물관을 계획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걸 세워서 학생들이나 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체험하며 맛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Q. 고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A. 당부라기보다는 음식은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 요소가 될 수 있는데 너무 맛에 치우치다 보니까 단맛, 심하게 짜고 매운맛에 한식이 많이 흔들리고 있지 않나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래서 가정에서 만큼은 건강식과 자연식을 했으면 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우리 장류를 먹임으로써 입맛이 너무 서구화되지 않게 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게 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