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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상과 실제박걸순 충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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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11  14: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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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공중파 방송의 TV 사극 ‘해품달’이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결방하였다 하여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였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방송사는 결방 대신 스페셜을 편성하여 방영할 정도였다. 평소 뉴스나 스포츠, 개그 프로 외에는 TV를 시청하지 않는 필자에게는 ‘해품달’이라고 하는 프로그램 이름조차 생소하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한때 40%를 상회하는 압도적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해를 품은 달’이 정식 이름이다.
 
이 프로그램은 조선시대 가상의 왕인 이훤과 비밀에 싸인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궁중 로맨스이다. 시대적 상황 설정에서부터 등장인물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허구인 픽션(fiction) 사극이다. 소재 자체가 가상이기 때문에 내용을 두고 진실성 여부에 대한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프로그램은 재미를 넘어 역사적 사실로 일치화 하려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는 데에 있다. 즉 역사의 가상과 실제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극의 고정 팬이 중년 남자에서부터 젊은 여성과 학생층으로 확대되어 간다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만은 아니다. 실제로 사극과 관련하여 인터넷에 질문으로 올라오는 기사나 댓글을 보면 가히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방송가에는 사극 불패라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방송사 측에서 볼 때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제작기간도 많이 소요되지만, 일단 방영이 시작되면 일정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시청률 효자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간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TV 사극으로는 용의 눈물, 명성황후, 대장금, 허준, 주몽, 불멸의 이순신, 태조 왕건, 태왕사신기 등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다. 가히 사극 신드롬이라 할 현상은 안방 뿐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지자체들은 적지 않은 경비를 부담하며 제작 장소 헌팅에 적극 협조하고 거액을 투자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방송이 끝나고 난 뒤 세트장을 기부채납 받아 이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사극은 사극일 뿐,역사의 교재로 여겨서는 곤란해

그러나 TV 사극은 시대가 올라갈수록 실제와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사료에 몇 줄 나오지 않는 기록을 가지고 수십 회 분량의 방송을 해야 하다 보니 여기에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가공의 역사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진실성에 그리 시비가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작가와 대학 교수가 논쟁을 벌이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사료가 없다 보니 일어난 일이고, 그 공방에서는 완전한 승자나 패자도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조선 후기나 근현대 시기 사극은 매번 진실 공방의 도마에 오른다. 사료와 자료가 너무 풍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작을 꺼리는 시대적 대상이 되기도 한다.

TV 사극 드라마 작가들은 대본을 작성할 때 시청자들의 역사인식을 오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사극은 사극일 뿐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사극을 가공의 재미있는 역사극으로 즐기면 그만이다. 그 이상의 역사 교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TV 사극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게 할 역기능도 있지만, 그 시대의 역사나 인물에 관심을 갖게 하는 순기능도 적지 않다. 그것으로 TV 사극의 역할은 충분하다. 그 나머지는 시청자들의 몫이다.

요즘 서점가에는 일반인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서술해 놓은 개설서가 많이 나와 있다. 역사의 진실과 실제는 그 책을 열어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역사 개설서를 늘 가까이 두고 열어보는 것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개권유득(開卷有得)’이란 고사의 의미를 역사서를 열어 확인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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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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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나부랭이
사극과 역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해품달'이 꾸며낸 사극이 아니라 100% 가상으로 만든 사극(그냥 사극의 탈을 쓴 드라마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더 즐겨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극과 역사를 혼동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2012-03-12 22:19:42)
lethe
역사의 진실과 실제는 그 책을 열어 확인하면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깊이 기억될 것 같습니다.
(2012-03-12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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