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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부도덕 정치 비호 말아야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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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3  2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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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한국 원로언론이셨던 ‘대기자’ 고(故)홍종인 선생(1903~1998)은 청주를 무척 사랑한 분이다. 가을 낙엽만 떨어지면 청주에 내려와 플라타너스 숲을 거닐었다. 필자는 지난 81년도에 건축가이신 고 김수근 선생의 공간사랑에서 우연히 뵌 뒤에 자주 안부를 여쭈는 사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벌써 38년 전의 일이다.

그 해 가을 선생은 직접 청주에 내려와 강서 플라타너스 숲에서 뵈었다. 하늘을 덮는 울창한 가로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장관이었다. 오른 손에 지팡이를 짚고 오신 선생은 강서 숲을 거닐며 늦은 가을의 낭만을 만끽했다.

선생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분야는 역사였다. 필자가 전국을 돌며 ‘한국의 폐사’를 조사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시고 격려했다. 미호천, 금강 유역의 구석기문화에도 흥미를 가지셨던 선생은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에도 큰 관심이 있었다.

선생은 언론인으로서 ‘춘추필법(春秋筆法)’을 강조한 분이시다. 언론인은 이 시대의 사가(史家)이므로 역사기록 정신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춘추정신은 바로 공자의 역사기록 정신이다. 언론은 사실대로 기록하되 거짓이나 과장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것을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역사는 진실만을 기록하되 절대 창작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시기 필자는 지방사 언론인으로는 어렵다는 대한민국 신문상(제17회)을 수상하여 시상식에 참석하신 선생으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이 상은 한국의 ‘퓰리처상’이라고도 불린다. 비록 짧은 상면이었지만 필자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언론인으로서 선생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올바른 역사 기록을 위한 선학자 중 최고봉은 바로 2천 1백년전 사가인 전한시대(前漢時代) 사마천(司馬遷)이 아닌가 싶다. 황제의 노여움을 산 일로 궁형(宮刑)을 감수하면서 필생의 역사서인 사기(史記)를 완성했다. 사마천의 역사기술 정신은 바로 ‘술이부작’이었다. 그는 사기에서 세상의 부조리와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고 약자를 옹호했다.

그래서 후세 사가들은 사마천을 가리켜 학식은 ‘공자’ 이후 최고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명말(明末) 대문장인 전겸익(錢謙益)은 ‘역사서를 쓰는 표본이자 새로운 예를 만든 태양처럼 빛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바르게 쓴 역사는 후대에 이처럼 영예로운 평가를 받는다. 만약 거짓으로 쓴다면 이는 위사(僞史)로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언론은 어떤가. 가짜 뉴스, 진영논리만을 대변하는 궤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권력의 부패를 옹호하고 모럴해저드 마저 대변하려 한다. 스스로 자정하는 기회를 만들지도 않는다.

미국에서는 매년 최고의 언론인을 선발 ‘퓰리처상’을 수여한다. 1890년대 미국 신문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셉 퓰리처(Joseph Pulitzer)의 유언으로 만든 상이다. 퓰리처는 비극으로 치닫던 미국과 영국의 전쟁을 막았다. 부패한 보험회사들을 문 닫게 했으며 부도덕한 정치인, 부패한 경찰들과 싸워 승리했다. 퓰리처는 미국 언론을 세계 제일의 언론으로 만든 힘이었다.

대한민국 언론은 국가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언론이 제 기능을 잃으면 자유, 민주사회도 무너진다. 춘추필법 정신으로 거짓 기사를 쓰지 말고 권력자들의 부정, 부도덕을 감시하는 용감한 비판자여야 한다. ‘퓰리처’와 같은 진정한 언론인들이 많아져야 대한민국의 정도를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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