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64)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충북 청주 출생이다. 서 장관은  실무에서부터 발로 뛰고 가슴으로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감 행정을 통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자리까지 올랐다.  누구보다 실무에 능통한 농업전문가이자 '달인'이다.

청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농학과, 미국 농무성 대학원을 나왔고 1973년 농림기술고시 3회로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과거 농수산부 국립농산물검사소를 시작으로 전작과장, 채소과장, 농산과장, 농산원예국장, 식량생산국장, 농촌진흥청장, 농림부 차관 등 농업행정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왔다.

2002년 퇴임 후 10여 년 만인 지난해 6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복귀했다. 최근에는 한·미 FTA와 한·중 FTA로 농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지만 망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한다. 오히려 서장관은 기회가 돼 올해가 선진농업으로 가는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소신을 굳게 밀어붙이고 있다. 7일 오후 3시 청주대학교의 명사 특강에 초청된 서 장관을 만나 그간의 성과, FTA 등 농업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Q. 2002년 공직을 떠났다가 10여년만인 지난해 6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복귀했다. 장관 취임 후 8개월 동안 성과나 보람은 무엇인가.

A. 지난해 기억나는 성과는 우선 17년 만의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법 개정 완료다. 다음달 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농식품 수출이 4년 만에 2배로 증가한 77억불을 달성했으며 FTA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미 FTA 추가보완대책을 마련한 것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 성과다.

현장의 농·어업인, 식품 관계자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새로 시작한 2012년을 우리나라 선진 농식품산업의 원년으로 만들어 나갈 각오를 하고 있다.

Q. 청주대 특강에서 강조한 점은 무엇인가.

A. 대한민국의 희망인 대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몇 가지를 조언했다.(청주대는 2007년부터 ‘글로벌시대의 창조와 도전’을 주제로 매주 1회 사회 각계 명사를 초청하는, 교양선택 2학점인 명사초청특강 교과목을 운영 중이다.)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확신을 계속 키워 가기 바라며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무엇을 하든 창조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효과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잘 세우고 그 계획을 실행하며, 실행된 일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또 세계 지도자들의 농업에 대한 시각을 소개해 줬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농업은 도전을 겪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기회 앞에 서 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농업은 우주산업이나 나노공학 분야와 같이 미래를 여는 열쇠”, 일본 하토야마 전 총리는 “농업을 부활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자”고 말했다.

Q. 농협에 정부가 지원한 5조원은 절대 ‘공짜 돈’이 아니고 농협이 어떤 경우에도 정부 당국자들의 ‘낙하산 창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수 차례 드러냈다. 이에 대해 얘기해달라.

A. 정부는 사업구조개편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부족 자본금 5조원을 지원한 것이다. 향후 농협이 경제사업 활성화를 차질 없이 추진하면 사업구조개편으로 인한 혜택이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번 사업구조개편으로 인해 농협이 명실상부하게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기대하며 농협이 자율적으로 책임지고 농업인과 조합을 위해 경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 농협과 농업인의 의사에 반하는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다.

Q. 한·미 FTA와 한·중 FTA에 대해 농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데 대해 전혀 망할 이유가 없고 이를 기회로 삼으면 선진 농업으로 가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신은 지금도 변함없나.

A. 어려운 우리 농식품산업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FTA와 같은 시대적 흐름을 피하려 하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농업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이 다소 떨어지나 시설 현대화, R&D 지원, 브랜드화, 수출전략품목 육성 등을 통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농식품수출액이 4년 만에 두 배로 빠르게 성장하는 점을 보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1980년 19억불에서 2007년 38억불, 2010년 59억불, 지난해 77억불 등 증가하는 추세다.

또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가격 격차가 큰 점을 감안할 때 한·중 FTA는 우리 농어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설 현대화, 경영체 육성 등 농·수산업의 체질을 강화해 나아가고 우리 농식품의 중국 진출 확대도 적극 도모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농식품 수출·수입은 2009년 수출 5억6천500만불에 수입 36억7천600만불, 2010년 수출 7억8천700만불에 수입 43억2천300만불, 지난해 수출 13억8천만불에 수입 52억5천만불이었다.

▲ 서 장관이 본보 신홍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Q. 지난 3일 강원도 횡성군에서 영농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을 만났다. 그들이 얘기한 애로사항은 어떤 것이었나.

A. 북한이탈주민 5명이 정착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횡성 고사리 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영농정착을 위한 자금 지원과 교육 등 새터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새터민의 농지구입자금과 주택자금 지원, 영농을 위한 대출, 새터민 귀농귀촌교육 활성화 등을 요청 받았다.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새터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

Q. 지난달 2일 ‘식품기업 신년교류회'에서 물가안정에 협조하지 않는 업체에는 앞으로 할당관세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식품업체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요 가공식품 35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할당관세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적용하는 것이므로 물가안정에 기여하지 않는 업체는 할당관세 추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당의 국제 시세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설탕 가격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설탕 직수입을 통해 설탕 시장의 경쟁을 촉진, 설탕 및 가공식품 가격을 안정시켜 나아갈 계획이다. 서민 경제를 위해 물가 안정은 중요한 국정과제이므로 할당관세 혜택을 받는 식품업계도 물가 안정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

Q. 건강관리 방법과 평소 좌우명은.

A. 일에 몰입을 하면 에너지가 계속 나오는 것을 느낀다. 우리 농촌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는 어려서부터의 꿈을 실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바쁜 시간,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님께서 늘 말씀하셨던 “나 보다는 이웃을, 이웃보다는 나라와 국가를 위하는 큰 마음으로 살아라”는 교훈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더불어 사는 사회, 배려와 나눔의 사회를 위한 실천에 노력했다.

2005년 덕성 장학회를 설립했으며 앞서 2000년에는 모친 부의금을 기탁해 정성분기금을 운영 중이다. 또 농어업신문사에 퇴직금 등을 기탁해 기금을 운영할 예정이다.

Q. 고향인 충북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A. 충북은 친환경농업의 여건을 충분히 확보하고 대소비처인 수도권에 인접해 있어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판매의 적지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농업을 통해 충북 농업의 도약을 꼭 이뤄갈 것을 기대한다. 충북은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한 곳이다. 앞으로 지리적 위치 뿐 아니라 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