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환경단체 `㈔두꺼비친구들'의 박완희(41) 사무처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온종일 산에서 내려오는 두꺼비를 양동이에 담아 산란지인 방죽으로 옮기다 보면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매년 산란기에 반복되는 두꺼비 `로드킬'을 막으려면 산과 방죽 사이를 가르는 도로 밑에 생태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태통로가 없어 일일이 양동이에 담아 옮기는 것이다.

이 단체에 따르면 두꺼비들은 매년 2월 중순에서 3월 초순 사이 산란을 하러 인근의 방죽 같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 후 3∼4일간 머물며 마리당 6천개 가량 알을 낳고 산으로 돌아간다.

청주 인근에는 방죽 38곳이 있다. 이 중 두꺼비 산란이 확인된 방죽은 19곳이다. 한 곳당 100∼300마리의 어미 두꺼비가 알을 낳는다.

두꺼비 `로드킬'은 주로 방죽 부근을 통과하는 도로에서 벌어진다. 대략 열 마리 중 한두 마리꼴로 로드킬을 당한다.

지난해 3월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낙가산을 내려온 어미 두꺼비 300여 마리 중 30∼40마리가 차에 깔려 죽었다. 올해 산란 이동이 시작된 6일 하루 동안 10여 마리가 도로 위에서 죽었다.

5월 초순 산으로 올라가는 새끼 두꺼비들의 `로드킬'은 훨씬 더 처참하다. 방죽 한 곳당 많게는 수백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가 도로를 건너 산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차 한 대에 수천 마리가 깔려 `횡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양서류 전문가들은 새끼 두꺼비가 어미로 성장할 확률이 0.3%를 밑돌 것으로 본다. 사정이 이런데도 두꺼비 산란이 확인된 청주 인근의 방죽 가운데 생태통로가 설치된 곳은 하나도 없다.

박 처장은 "충북도와 청주시에 여러 차례 생태통로 설치를 건의했다"면서 "하지만 예산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만 하지 성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두꺼비 이동 시기에 차량들이 우회를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그는 "차량 통제와 우회를 요청했다가 욕설을 들은 적도 있다"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시내버스 통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생태도시'의 꿈을 키우고 있는 박 처장은 원흥이방죽 개발 논란이 불거졌던 2003년 6월부터 두꺼비 보호 활동을 해왔다. 그가 개발에 반대했던 방죽 주변에는 지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방죽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됐고 두꺼비들의 서식 환경도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