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누리양 모습. 청주상당경찰서 제공

가족, 친구 등과 산행을 하다가 실종된 지적 장애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이의 건강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조양이 입원해 있는 충북대병원은 조양의 혈액·소변 검사 결과, 탈수 증세와 신장 기능 등에서도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 4일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조양의 상태가 많이 호전돼 어머니와 1인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죽으로 식사를 할 정도로 호전됐다. 빠르면 이번 주 퇴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양은 양쪽 팔과 다리, 등에서 찰과상과 멍이 관찰됐지만 복부 초음파와 흉부 촬영 등에서는 별다른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관절 움직임도 양호한 상태다.

조양의 어버지는 “조양이 병실에서 말을 잘하고 있으며 스티커 붙이기 등 간단한 놀이도 하고 있다. 아직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어떻게 길을 잃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양이 어머니가 내려왔던 등산길과 엇갈려 이동했다가 길을 잃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양은 지난 2일 오후 2시35분께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산35번지에서 수색대에 의해 발견됐다. 이곳은 지난달 23일 오전 10시40분께 조양이 어머니와 헤어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등산로에서 무심천 발원지 방향으로 직선거리로 약 1.7㎞ 떨어진 곳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이 돗자리를 펴 놓은 곳 인근까지 내려갔다가 어머니가 내려오지 않자 찾으려고 다시 올라가다가 주 등산로를 벗어나 다른 길로 빠져 어머니와 엇갈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등산로 끝까지 올라간 조양은 능선 인근에서 길을 잃었고, 어머니를 찾지 못하자 회인면 방향으로 걸어가 열흘간 야산을 헤맸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조양의 기적 같은 생환은 장맛비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양이 실종된 열흘 동안 청주에는 단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서 생존에 필요한 수분 공급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선 평소 잘 다져진 조양의 기초 체력이 생존에 크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학교 2학년인 조양은 키 151㎝의 다부진 체격에 수영선수로도 활약하면서 지난해에는 소년장애인체전에 출전에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조양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면서 실종 경위와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여성청소년계 직원 2명과 피해자 전담 요원 1명을 조양이 입원 중인 충북대병원에 배치해뒀다.

경찰은 당초 지난 3일 면담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조양이 영양공급 부족 등의 이유로 입안이 헐어 말하기 힘들어하자 조양의 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4일까지 경찰관 접촉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양이 회복 중이고 안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직접 면담은 하고 있지 않다. 건강을 회복되는 5일께 조양을 상대로 실종 경위,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양은 지난달 23일 오전 어머니, 동생, 친구 등 11명과 무심천 발원지로 산행을 가다 중간지점(출발지 520m)에서 “날 벌레가 달려들어 먼저 내려간다”며 혼자 하행하다 실종됐다.

당시 조양은 일행과 함께 주차하며 물놀이를 했던 계곡 입구 쪽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함께 산행했던 친구 등이 30여분 뒤 도착했을 때 자리에 없었다.

조양의 어머니와 일행 등은 주변에서 조양을 찾다가 나타나지 않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실종 2일 뒤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수색과 공개수사로 전환했으며, 충북장애인여성연대 등 시민단체와 시민 등도 조양 찾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