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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성들의 안보해이
이재준 기자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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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3  21: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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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 신라. 천년 역사가 무너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요인은 여러 가지였지만 그 중에서도 주요 요인은 바로 지배계층의 사치와 안보해이였다.

당나라가 무너지면서 신라도 국정 혼란이 왔다. 민족통일에 큰 몫을 했던 무사집단 화랑도가 퇴색했으며 지방의 호족들은 사치와 사익만을 추구했다. 당나라에서 귀국한 최치원이 시무 10여조를 상소하여 국정을 쇄신하려 했지만 진성여왕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고운은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깊은 산간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완산(全州)에서 후백제를 세운 견훤은 신라 왕성 서라벌을 점령할 야망을 갖는다. 전주에서 기병하여 무진주(光州)에서 응원군을 얻었다. 그리고 동쪽으로 길을 떠났다. 학자들 중에는 지금의 광주 ~ 대구 간 동서고속도가 진격로라고 상정하지만 필자는 남원을 거쳐 함양-거창-대구 노선이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경남 거창은 본래 가야 땅이었으나 문무왕 시기 백제 복국군에 합세했다가 수 백여 장정이 도륙을 당한 숙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견훤의 후백제에 상응하여 동쪽으로 진군하는 것을 막지 않은 것이다.

날씨가 영하권에 접어든 11월, 후백제군은 서라벌로 진군했다. 이때 신라 왕성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고려와 군사 유대를 강화하면서 불행하게도 후백제의 침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멀리 떨어진 완산에서 동쪽 끝인 서라벌을 침공 할 수 있을까. 안이한 안보의식이 크나큰 화를 불렀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왕(경애왕)은 포석정에서 신하들과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베풀었다고 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추운겨울 이런 연회는 맞지 않으며 일종의 제사의식이 있었을 것으로 주장한다.

후백제 군사들은 포석정에 있던 신라왕을 사로잡고 비빈 궁녀들을 능욕했다. 그리고는 신라왕에게 스스로 죽음을 택하라고 했다. 신라왕은 비빈들이 능욕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채 목숨을 끊었다. 견훤은 김부(金傅)를 신라왕(경순왕)으로 세우고 서라벌을 떠났다. 포석정에서 자살한 신라왕은 경애(景哀)라는 시호를 받았다.

천년 왕국 신라는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졌다. 경애왕의 비극에 놀란 김부는 서둘러 신라를 고려에 귀부시키고 자신은 왕건에게 남은 생을 의탁했다. 사후에도 시신은 고향 서라벌로 돌아가지 못했으며 경기도 연천군 고랑포에 묻히는 수모를 당한다.

안보가 튼튼하지 않으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백제는 충신들의 간언을 듣지 않다가 나당연합군에게 왕도 부여를 점령당했다. 신라군의 공격 예상 지역이었던 동쪽의 탄현과 당나라군의 상륙예상지역인 기벌포를 방치하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두 지역은 충신들이 왕에게 방비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간언한 요새였다. 의자왕은 이런 충고를 무시하다 결국 망했다. 미증유의 참극으로 기록되는 임진, 병자 정묘호란의 배경에는 왕과 조정의 무능, 안보태세의 안이함이 부른 결과였다.

북한이 지난 월초 단거리 발사체와 장거리 방사포를 발사할 때 군 장성 10여명이 태평하게도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성들의 안보해이가 이 정도라니 말문이 막힌다. 지금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대체 우리 군의 지휘부가 왜 이러는가.

얼마전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찬주 대장이 퇴역사를 통해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 정치가들이 평화를 외칠 때 전쟁을 준비하는 각오를 가져라. 군대의 매력을 증진시켜라‘고 당부한 신문인터뷰 기사가 와 닿는다.

군은 평화시에도 항상 긴장해야 하며 모든 수를 상정하여 대응태세를 갖추어야만 한다. 그래야 나라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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