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전 4시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남성 1명이 숨지고, 경상 43명 등 4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발생한 청주아파트 화재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다. 평소 화재에 대한 매뉴얼과 화재 대피 요령만 숙지했으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2일 오전 4시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남성 1명이 숨지고, 경상 43명 등 4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숨진 김 군(25·충청대 3년 건축과)는 외할아버지 집에서 잠을 자다 불이 나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외할아버지(80)를 대비시키면서 화재신고를 하라고 한 후 불을 끄다 안방 화장실서 숨졌다.

청주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안방에서 시작했다. 불은 20분도 안 되는 시간에 거실과 부엌까지 번져 130㎡(40평) 아파트 내부를 모두 태웠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22대와 헬기 1대, 인력 80명을 투입해 불을 껐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과 소방당국은 안방 소실 정도가 심해 최초 발화점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안방의 옷장, 집기류, 전자제품 등이 완전히 타버려서 어디서 불이 처음 시작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인화 물질이나 폭발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 대한 합동 정밀 감식을 해 화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불이 시작된 안방에 있는 가전제품, 전기 배선의 스파크, 폭발 등이 있었는지 감식한다.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통상 한달가량이 소요된다.

화재 발생 50분동안 주민들 공포…헬기 옥상구출도 실패

이날 화재접수는 4시8분이다. 관리사무소 사고보고서에 의하면 소방차 현장 도착은 선발대가 4시14분이다. 4시47분에 화재 진압하고 인명 구조가 실시됐다.

화재 조기 진압이 지연된 것은 아파트 후면이 화단이어서 소방차 진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선책으로 아파트 후면 도로에서 소방차로 진압했다.

이로인해 화재 발생 50여분 만에 인명구조가 시작된 셈이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3,4라인 입주민들은 화재 발생 50여분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대피를 시도했지만 연기로 한치 앞을 볼 수 없었다. 계단이 굴뚝 역할을 한 셈이디. 계단 비상문만 제대로 잠겨 있었어도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5시경 인명구조를 위해 헬기가 출동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와 옥상 구조물로 인해 구조에 실패했다. 옥상에 대피 구조를 기다리던 40여 주민들은 추위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옥상 비상구도 비번을 당직 기사가 소방관에 알려 겨우 주민들이 대비할 수 있었다.

배가 침몰하면 승선명부을 보고 구조상황을 파악한다. 화재 현장을 빠져 나오는 주민에게 “몇 호에 거주하냐”고 질의해 구조여부를 파악했다.

관리소 직원들이 3,4라인 주민 명단을 확보해 수시로 전화로 주민과 연락하면서 구조상황을 고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고립된 주민들은 50여분 동안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공포에 떨었다.

관리소 직원들도 전화를 받지 않고 화재 경보음도, 방송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실 당직자 2명이 화재현장 확인하고 방송하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 2일 오전 4시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남성 1명이 숨지고, 경상 43명 등 4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스프링클러 사흘 차이로 미설치. 하향식 피난구도 없어

아파트에 치명적인 사고는 바로 화재이다. 아래에서 위로 타는 불의 성질과 높이에서 기인하는 구조의 어려움 때문에 화재에 더 취약하다.

2010년 발생한 부산 마린시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사고는 아파트 화재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38층까지 타고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불행 중 다행히 이 사고는 5명의 부상으로 끝났다.

특히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에 구비된 각종 화재 대비책을 숙지해야 한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시설과 하향식 피난구도 없어 대형사고로 번질 뻔했다.

2010년 11월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건축허가는 2004년 12월 29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사흘 차이로 강화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피해간 셈이다.

이 아파트는 1990년 기준을 적용받아 16∼25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있었지만, 15층 이하 저층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부터는 관련법이 더욱 강화돼 6층 이상 공동주택은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련법이 강화됐지만,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소급해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시공된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형 구조인데 비상대피공간이 없다면 반드시 하향식 피난구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하향식 피난구란 발코니 바닥을 통해 위아래 층을 연결하는 간이 사다리이다. 직경 60cm 이상으로 설치된다.

보안 등의 문제를 염려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하향식 피난구는 아래층에서 바로 윗층의 피난구를 열 수 없는 구조다. 거기에 덮개가 개방될 경우 건축물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경보음이 울리게 되니 보안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노약자나 장애인 등은 하향식 피난구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가족구성원 중에 노약자나 장애인이 있다면 평소 대피경로를 꼼꼼히 숙지해 화재 초기에 일반경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피방법이다.

하향식 피난구에도 무심코 물건을 쌓아두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아파트 화재 대피 요령 평소 숙지 필수
발코니가 경량칸막이인지 확인해 보세요

공동주택에서 화재에 대피하는 기본 방침은 연기와 불길을 피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재의 위치에 따라서는 현관을 이용할 수 없어 집안에 고립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대피로는 발코니를 통해 옆집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1992년 이후 시공된 3층 이상 아파트는 발코니 한 켠이 경량칸막이로 설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량칸막이는 화재나 비상 상황일 경우 피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세대 간 발코니에 얇은 석고보드 등으로 제작된 벽을 말한다. 작은 충격으로도 쉽게 파괴가 되기 때문에 여성이나 어린이도 평소 위치만 숙지한다면 사용이 가능한 피난시설이다.

때문에 평소 필요 없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 체류형 대피공간이 있을 수 있다.

2005년 이후 시공된 4층 이상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 확장형 구조라면 발코니에 비상대피공간이 있다. 발코니에 경량칸막이를 설비할 경우엔 설치하지 않아도 되지만 발코니 확장형의 경우 최소 2㎡ 이상의 공간을 비상대피공간으로 할애하게 되어 있다.

이 비상대피공간은 다른 부분과 방화구획으로 구획되어 있고 방화문이 설치되어 있어 불꽃과 연기로부터 1시간 가량 보호받을 수 있다. 외부로 통하는 창을 통해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인 셈이다.

이 공간 역시 잡화를 쌓아두는 창고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으나 반드시 물건을 적체하지 말고 비워둔 채 비상용 생수, 수건 등의 재난대비용품을 비치해 두는 것이 좋다.

완강기 이용법도 숙지하세요

간신히 복도로는 나왔지만 외부 계단이 화염에 휩싸여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을 경우, 완강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완강기는 피난계단으로부터 가장 먼 곳, 그리고 화재 발생시 고립되기 쉬운 곳에 설치된다. 완강기는 작동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맨몸으로 로프에 의지해 허공으로 나가야 하기에 저항감이 강하다.

하지만 완강기는 누구나 별도의 조작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체중이 많든 적든 가슴에 안전벨트를 조이고 강하하면 같은 속도로 하강하는 피난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