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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이 진실인가류경희 편집국장
류경희  |  queenkyungh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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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3.04  16: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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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의원이 실신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11일간의 단식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물과 소금만 섭취한 정직한 단식을 그렇지 않아도 가녀린 몸피로 어찌 견디었을까. 어린아이처럼 왜소한 그녀가 정신을 잃고 이동침대에 실린 모습의 사진이 백 마디 구호보다 짠하다.

특히 마음이 가는 곳이 그녀의 흰머리다. 빈틈없이 단정해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박선영의 헝클어지고 부스스한 흰머리를 다시 확인해 본다. 열흘이 넘는 단식이 그저 보이기 위한 쇼가 아니었구나 싶다.

사람이 물과 소금만으로 견딜 수 있는 기간은 이주일 정도다. 지방이 많은 사람보다 몸이 마른 사람은 견디기가 좀 더 힘들다는데, 워낙 체중이 가벼운 박 의원은 상대적으로 탈진이 빨리 왔던 것 같다.

곡기를 끊고 물만 섭취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공급되지 않아 심각한 건강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체지방뿐만 아니라 체단백질과 전해질의 손실도 크다. 소금, 물 섭취를 심하게 제한한 경우 저혈압, 저혈당, 전해질 부족 등으로 인해 10일이 넘지 않는 단기 단식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단식 열하루 만에 병원으로 옮겨진 박의원을 두고 “다이어트하면서 사기 치지 말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직하게 물만 마신 단식을 열흘 동안 지속한다면 대놓고 ‘사기’라며 막말하는 입술을 들썩일 힘조차 없을 것이다.

장기단식농성을 하고도 얼굴에 핏기가 남아있던 상당수의 인사들이 밥만 먹지 않았을 뿐 나름대로의 실속을 챙겼다는 증거가 속속 밝혀진 바 있다. 2주일이 넘는 장기 단식 농성자들이 철인인가, 하는 의문을 가볍게 풀 수 있었다.

도룡뇽을 지키기 위해 ‘100일 단식’을 결행한 지율 스님도 단식 기간 중 차와 믹스커피 등을 충분히 섭취했다고 한다. 지율 스님은 자신의 단식 비결이 차와 간장, 달달한 커피였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혀 ‘절식인가, 단식인가'하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단식에 딴지를 거는 의견들이 당치 않다는 생각이다. 당장 한, 두 끼니만 건너뛰어도 하늘색이 달라 보이고 화증까지 솟구치는 주제에 단식의 진정성 따위를 어찌 따지고 들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진정한 단식인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으나 차와 간장 설탕이 든 커피를 마시며 버틴 지율스님의 의지는 보통 사람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할 행동이었다. 아마도 수행으로 다져진 수도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격려도 모자란 판에 비난이라니

박선영 의원이 단식을 결행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무리가 있었다. 야무진 말솜씨로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당찬 여인이지만 그녀의 체력은 말발처럼 강해보이지 않았다. 불같은 열정은 청년 같지만 오십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도 고려했어야 했다.

단식을 시작하던 날 그녀는 한 끼만 굶어도 손이 떨린다고 고백했다. 이제껏 단식을 해본 적이 없다며 오죽하면 자신이 이렇게 밖으로 나왔겠는가라는 하소연도 했다.

그녀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에 쇼를 한다며 비웃는 비뚤어진 글들이 의외로 많이 보인다. 탈북자가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형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흉물스러운 단식이라는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 생각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해 대는 욕이 모기떼의 날개 소리와 같으니, 곧 한심한 취문성뇌(聚蚊成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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