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월 27일 제19대 총선을 불과 44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국회의원의 정수를 300명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자신들의 철밥통을 확실하게 지키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개정안은 경기 파주시와 강원 원주시를 갑과을 2개의 선거구로 나누고 세종특별자치시에 독립선거구를 신설해 총 3개의 지역구가 늘어나는 대신 경남 남해군ㆍ하동군 선거구를 인근 경남 사천시와 합치고, 전남 담양군ㆍ곡성군ㆍ구례군 선거구 가운데 담양군은 함평군ㆍ영광군ㆍ장성군과, 곡성군은 순천시와, 구례군은 광양시와 합침으로써 영ㆍ호남에서 각각 1석씩 총 2석이 줄어들게 된다.

개정안을 발의하기 직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영ㆍ호남에서 각각 의석을 잃지 않기 위하여 발버둥 친 것이다. 양 당이 자신들의 목적을 모두 이룬 상태로 법률개정안을 통과시켰으니 그야말로 손해볼 것 없이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국민들은 더 힘껏 허리띠를 졸라매고 새로운 의원의 의석을 유지하기 위한 세금을 더 납부해야만 한다.

볼꼴 사나운 선거구획정, 18대 의원 부끄러운 줄 알아야 

당시 투표에 참여한 의원 174명 가운데 찬성 92명, 반대 39명, 기권 43명으로 확정한 개정안은 어쩌면 우리 민주주의의 가장 수치스러운 한 단면처럼 기억될 것이다. 물론 투표에 참여한 의원 중 47.1%에 해당하는 82명이 기권 내지는 반대를 했다. 하지만 대의를 중시하지 아니하고 좁은 식견으로 또다시 금뺏지를 달기 위하여 수성해야 할 지역구를 보존하는 것에 한표를 던진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염치없고 부끄러운 것이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자격조차도 없는 사람이다. 이로서 우리나라 18대 국회는 200년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Elbridge Gerry가 1812년 선거에서 한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는 볼꼴사나운 선거구획정이라는 전철을 밟게된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현재의 국회의원들의 정수가 지나치게 많아 그 수를 줄여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지금의 국회의원 정수 299명도  많고 더군다나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의석을 차지하는 54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숫자를 늘리는 것에 한통속이 되어 멋진 각본을 연출한 정당들의 모습에서 추락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본다.

전체 299석을 기준으로 할 때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원 92명의 선택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었다. 그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작금의 국회를 바라보노라면 정말로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는 살아있는 양심의 선량들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왜 우리에게 국회의원 300명이 필요한지에 대한 대답은 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국민 약 16만 2000명당 1명이고, 이웃 나라 일본은 국민 약 26만명당 1명, 미국 하원의원의 경우에는 약 71만명당 1명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의원의 숫자를 더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중이라는데 왜 우리 정치인들만 거꾸로 가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제18대 의원들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는 그런 의미에서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며, 국가의 자존심과 가치를 손상시킨 씻기 어려운 부끄러운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