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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동 신라 비석의 가치
이재준  |  limle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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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3  22: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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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리스트

지난 82년 3월 당시 충북도 문화재위원이었던 필자는 문화재과 김인제 연구관의 전화를 받고 운천동으로 달려갔다. ‘운천동 우물가에서 옛 비석이 신고 되었으니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비석은 오랫동안 빨래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비가 발견 된 곳은 지금은 택지 개발로 잘 정비되었지만 당시는 변두리의 한적한 동네였다.

필자는 유물을 실측하면서 비문을 판독했다. 비석은 조각이 났으나 상단부분이 잘 남아있었고 글씨도 일부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비문을 확인 하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바로 ‘삼한 통합(合三韓而廣地)’이라는 글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비석은 신라통일 당시의 비석인가. ‘띠집을 고쳐 향화(香火)를 올렸다’는 내용도 확인하였다. 가슴이 뛰고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고비(古碑)가 발견 된 곳에서는 70년대에 이미 구리종과 금동불상등이 출토된바 있다. 이 유물들은 신라 통일 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학계에 널리 알려진바 있다. 이런 유물로 보아 이 사찰은 상당한 규모였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청주는 본래 백제 땅이었다. 그런데 신라가 진흥왕대 한강에 진출하면서 충주, 진천을 공략할 당시 그 영역에 포함 된 것으로 생각 된다. 김유신 장군의 낭비성 전투를 청주로 비정한다면 7세기 초반 이곳에서 마지막 고구려 세력을 축출한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신라는 백제를 멸망시키고 청주를 서원소경(西原小京)으로 삼는다. 그것이 통일 후 25년 뒤인 685AD다. 이 해 신문왕은 서라벌 육부 귀족 중 사탁부속 사람들을 집단으로 소경에 이주시켰다. 중앙 귀족들을 옮겨 살게 한 것은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보려는 생각이었을 게다.

선도산에서 발원한 무심천의 풍부한 수량은 인근에 불사(佛寺)를 이루기에 가장 적합하다. 운천동 백제 가람을 다시 중창하면서 신라인들은 토착세력의 마음을 위무하려 했을 게다. 당시 불교는 민심을 하나로 묵는 수단이었다.

최근 학계에서 운천동 비석의 제작 시기를 놓고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신라통일기로 보는 견해도 있고 일부학자들은 고려 초기로도 해석한다. 그런데 필자는 비문의 서체와 연호(年號)등으로 보아 신라통일 초기 신문왕대로 보고 있다.

이 비석에는 ‘수공2년 병술((壽拱二年丙戌)’이라는 명문이 있다. 이 해는 686AD 즉 신문왕 6년이며 당나라 측천무후 2년에 해당된다. 수공(壽拱)은 측천무후의 연호인 수공(垂拱)과 비슷하고 병술년 간지도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서체도 남북조(420∼589)에서 유행했던 해서(楷書)라는 점에서 연대를 올려 볼 수 있다. 고려시대 초기 ‘수공’이라고 연호를 가진 중국 황제는 없다. 당나라 ‘수공’이란 연호가 분명한 비석의 시기를 놓고 논쟁이 재연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라 호족들의 운천동 불사 중창은 전쟁을 종식하고 통합의 문화를 연 출발이기도 했다. 그래서 비를 처음 조사했을 당시 감흥이 컸다. 7백년 후 이 역사적 장소 인근 흥덕사에서 고려 청주인들은 금속활자로 직지(直指)를 찍어냈다. 세계의 자랑거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36년 전 운천동 고비를 조사할 당시의 감회를 잊을 수 없어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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